'더블 드래곤 가이덴' 추억의 게임에다 무슨 짓을…속도감 있는 액션은 어디로?

  • 입력 2023.08.16 19:19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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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오락실을 평정했던 게임 ‘더블 드래곤’ 시리즈가 로그라이크 장르와 혼합되어 나온다고 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꽤 흥분했었다. 지금도 마메(MAME) 시뮬레이션으로 즐길 수 있는 ‘더블 드래곤’은 그 유명한 ‘팔꿈치 치기’부터 ‘옆차기’까지 보기만 해도 흐뭇할 정도로 익숙하다. 마니아들은 알겠지만 ‘더블 드래곤’을 말할 때는 대부분 2편까지 논한다. 3편부터는 그 특유의 액션 스타일이 사라지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거의 언급조차 안 하는 일도 많다. 물론 ‘더블 드래곤 어드밴스’라는 게임이 나오면서 1편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는 것에 성공했고 ‘네온 더블 드래곤’이라는 그래픽 좋은 게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추억의 ‘팔꿈치 치기’나 ‘옆차기’가 사라진 것에 큰 불만은 없다. 어차피 두들겨 패는 일만 오래 할 수만 있다면 업그레이드 요소나 스킬 테크트리 등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팰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번에 새로 등장한 ‘더블 드래곤 가이덴 라이즈 오브 더 드래곤’은 아무리 봐도 ‘더블 드래곤’ 시리즈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벨트 스크롤 액션’ 장르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게임은 게이지를 모았다가 특수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보통 치고 빠지는 공격이나 적을 붙잡아 던지는 것이 위기에서 빠져 나가는 공식으로 알고 있지만 이 게임은 그보다 더 단순하다. 적들이 모여 있는 곳에 광역기 효과가 있는 특수기를 제대로 터뜨려 주는 것이 핵심이다.

게이머들도 예상하겠지만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핵 전쟁으로 도시가 황폐해졌고 뉴욕시를 지배하는 4개 주요 갱단이 있다. 리 사부가 운영하는 쌍절권 도장의 빌리와 지미가 지켜만 볼 수 없어서 마리안, 마틴과 함께 전투를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보조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특수기 미터가 가득 찼을 때 태그 버튼을 누르면 보조 캐릭터로 바뀌면서 점프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로기 상태로 얻어터지고 있을 때 빠져나올 수 있다. 말 그대로 ‘보조’라서 그리 사용할 일은 없을 줄 알았지만 사용 빈도가 상당히 높다. 그 이유가 이 게임의 단점으로 이어지는데 바로 캐릭터들의 너무 더딘 동작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은 캐릭터들이 모두 굼뜨다는 것이다. ‘파이널 파이트’처럼 원투 펀치를 때리고 빠지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이 게임은 점프 이후 착지를 할 때도 벨트 스크롤 액션 세계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반응이 느리다. 처음에는 고전 게임들처럼 두들겨 패는 방식으로만 진행해도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특수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스테이지 3부터 보스들이 까다로워지면서 특수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부터 최악의 길로 가게 된다. 보스들의 공격 패턴이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스피드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게이머의 반사신경만으로도 해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이나 액션 자체가 워낙 느려 터져서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더블 드래곤’은 고사하고 ‘벨트 스크롤 액션’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 흔한 붙잡기 공격도 속시원하게 할 수가 없으니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답답한 기분만 든다.

개발진은 애초부터 특수기 공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적들을 3명부터 특수기로 제거하면 체력을 채우는 아이템이 나오는데 5명까지 제거해 주면 더 많은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여기서 ‘군중 통제’라는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특별한 것은 없다. ‘언빌리버블’이나 ‘웰 돈’ 등 우리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칭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뿐이다. 사실 기본 공격으로 두들겨 패는 일이 이 게임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특수기는 캐릭터를 바꾸면 더 중요해진다. 기본 캐릭터 빌리와 지미도 특수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대부분 위기에서 빠져나가는 것보다 체력 보충을 위해 쓰는 일이 많다. 빌리의 경우 공중 콤보라는 것도 있지만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지는 못 한다. 결론적으로 빌리와 지미는 마지막까지 클리어하기에는 번거로운 캐릭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빌리와 지미를 다루기 힘든 게 원인이 아니다. 번거롭다는 뜻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 행동이 굼뜨기 때문인 것이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의 정체성에 대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숨겨진 캐릭터를 해금하면서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기본 공격에도 금방 지루한 기분이 든다. 특히 능력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동전을 획득하기 위해 박스를 파괴하다 보면 급격히 ‘현타’에 빠지기 시작한다. 기본 공격을 모두 쏟아 부어야 파괴되니 당연한 것이다. 웃기는 건 마리안의 기본 공격 총탄 한 방이면 박스가 파괴된다. 이럴 거라면 그냥 기본 공격 한 방에 박스가 모두 파괴되도록 설정하는 것이 당연히 옳은 선택이다. 박스를 더 많이 배치해서 파괴되는 재미라도 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특수기에 무게추가 실리다 보니 나중에는 특수기만 쓰는데 열중하게 된다. 기본 공격은 그저 특수기를 넣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특수기 게이지가 생각보다 빨리 찬다. 보스를 제거할 때마다 나오는 능력치 업그레이드에서 더 빨리 차게 하는 것도 나오기 때문에 나중에는 특수기만으로 전투를 치르게 된다. 기본 공격과 점프가 워낙 더디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게다가 특수기 게이지는 저절로 차기 때문에 능력치 업그레이드만 운이 좋으면 생각보다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금방 클리어할 수 있다.

그보다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에 캐릭터 최고의 조합이 나오면서 생각보다 클리어가 쉽다는 것도 문제다. 최고의 조합이 뭔지는 기본 캐릭터인 빌리만 플레이해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이 번거로운 캐릭터를 배제해 버리고 총을 쏘는 마리안을 선택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총을 쏜다는 것도 좋지만 특수기인 바주카포가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다. 사실 이 바주카포 하나만 바라봐도 마지막 보스까지 원활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이 게임의 적들은 에너지가 모두 바닥이 나도 가격만 하면 계속 얻어터지기 때문에 전투에서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마리안의 경우 총알이 적들의 몸을 뚫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서 근접전에서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어려운 면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지뢰를 설치하는 특수기를 사용해 버리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이 마리안이 가장 좋은 캐릭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거 같다. 물론 숨겨진 캐릭터들 중에 마지막 보스까지 끼어 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갈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여기에 지미라는 캐릭터를 보조로 넣으면 좋다. 의아하게도 지미는 쓰러진 적들을 상대로도 점프 공격이 통한다. 내려찍는 기본 공격 덕분인데 공중에서 공격을 하는 드론들을 특히 수월하게 해치울 수 있다. 처음부터 기본 공격이 통하지 않는 일부 적들을 상대할 때도 무조건 점프 공격부터 해 주면 쉽게 물리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더블 드래곤’이 콤보에 중점을 둔 게임은 아니었다. 기본 공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성격의 게임도 아니었으니 개발진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로그라이크 장르와 혼합됐다고 하면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베어너클4’처럼 콤보 액션을 기대했을 것이다. 본인 역시 스킬과 숨겨진 캐릭터들을 조금씩 해금하면서 신나게 즐겨볼 생각이었다. 숨겨진 콤보가 있다면 더 신나지 않았을까? 보조 캐릭터까지 있다고 하니 합동 콤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통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게이머들은 속도감 있는 전개를 원한다. 점프 착지부터 기본 공격까지 시간이 걸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반복적인 플레이가 두려울 정도다. 숨겨진 캐릭터와 그들만의 콤보가 있다고 해도 성취감을 만끽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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