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사라진 기념일 - 남은 건 아쉬움뿐.

  • 입력 2020.01.22 12:10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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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형입니다.

오늘 리뷰할 게임은 "팀 아보카도" 라는 국내 인디 개발사에서 만든 포인트 앤 클릭 모바일 게임 "사라진 기념일"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검은방"이나 "회색도시" 이후에 모바일에서는 참 오래간만에 접해보는 장르이기도 한데요.

정답을 찾고, 고민하는 것이 주요 컨텐츠인 이 장르가 갖고있는 힘 자체는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을 심플하게 구성하더라도 연출이나,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잘 구성한다면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기도 하죠. 총 개발인원 3명의 아주 작은개발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했음에도 이 게임을 리뷰하고사 선택했던건, 큰 자본이나 화려한 기술력이 없더라도 좋은 경쟁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과 기대감이 들어서 였습니다.

과연 사라진 기념일은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줬을지, 또 소소한 기대감과 우려들을 어떤 결과물로 내놓았을지 한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리 부터 살펴봅시다.

남자친구와의 3주년 기념일을 기분좋게 보낸 주인공은, 다음날 친구들로부터 그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됩니다.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음에도 자살로 수사를 종결한 경찰, 그리고 마지막 날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누명을 쓰게된 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알아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이야기 구성입니다. 문제의 그날, 기념일 파티로인해 술을 많이 마신 주인공의 기억속에는 문신을 한 의문의 여자가 떠올랐고 이 여자를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됩니다. 

게임은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끌만한 의문스러운 요소들을 곳곳에 흘리는데, 이러한 요소들 역시도 엔딩챕터에 도달해서는 하나의 해답으로 풀리게 됩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의 숫자가 워낙에 적어서 인지 나름대로 저마다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확실한 색깔과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플레이 과정에서 모든 인물들과 한번은 심문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그들의 성격이라던가 평소 행동 등을 알아나갈 수 있다는 것은 뭐, 나쁜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아쉬웠던 건 "매력" 이었습니다.

요즘 게임이나 영화 등의 악역들은 비록 "나쁜 사람" 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비난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사연과 매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필을 합니다. 그 속에서 나쁜사람인데도 불쌍하다, 이해할 수 있다 는 식의 중의적인 감정들이 나오곤 하죠. 반면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 나쁜 역할들은 자신들의 사연을 늘어놓긴 하지만 크게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게임플레이로 넘어가보죠.

사라진 기념일은, 기본적으로 폰을 세로로 두고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이곳저곳을 터치해가면서 확인하고, 진행에 필요한 "증거"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이러한 증거들 중에는 단순히 터치만으로 찾을 수 있는 것 외에, 방안의 태블릿이나 노트북 암호를 해독하여 인물들의 사진이나 대화 , 검색기록등 숨겨져있는 것들도 존재하죠.

이렇게 모은 증거들은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1:1 심문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데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인해 이 사건과 엮여있는 만큼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가면서 해당 인물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것이 주된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플레이 방식은 명작 포인트 앤 클릭 게임 중 하나였던 역전재판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물과 관련된 현장을 방문하고, 하나씩 눌러가면서 증거를 모으고, 그것을 토대로 인물과 독대하여 제시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잘못된 증거를 제시했을때 체력이 깎이는 시스템 등 비슷해보이는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거든요. 역전재판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스타일이겠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거품을 찾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일단은 터치 판정이 굉장히 좁은 편이어서 완벽하고 정확하게 해당 물건이나 포인트를 터치 하지 않으면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부족한 개연성은 증거품을 찾기 더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었어요. 그렇다고해서 추리게임으로써의 기승전결도 확실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뭐가 있고, 어떤 것들이 그 인물에게 중요한지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기보다 그냥 화면 전체를 마구잡이로 두들기면서 찾는것이 훨씬 쉽게 느껴질 정도로 개연성이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 물건이 해당 인물의 단서가 되는구나 식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플레이어들이 스토리를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거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게임은 마치 무조건 꽁꽁 숨겨놓고 찾기 어렵게만 만들면 좋은 난이도겠지 라는 느낌으로 게임을 짜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플레이를 직접 하시다보면 내가 지금 스토리 중심의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을 하는건지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리실거에요.

비밀번호에 관한 부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째서 이 숫자가 이 등장인물이 설정한 비밀번호가 되는지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들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굉장히 빈약하게 제시되는 편이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플레이어는 게임의 몹시 사소하고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영문도 모른채 계속해서 눌러가면서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진행과정에서 흩뿌려놓았던 "떡밥"들을 종장에 도달해서는 어느정도 잘 수습하고 있지만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흘려보낸 부분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스포일러로 인해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특정 부분의 경우 엔딩을 보고나서도 "그래서, 그때 걔는 왜 거기 있었던거지?" 하는 의문이 해결되지가 않았어요. 단순히 1차적인 이유때문에 거기 있었다, 라고 보기에는 구도나 상황이 좀 .. 애매한 느낌도 들었구요. 확실하진 않지만 개발진이 제작과정에서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만약 그런게 아니라면 분명, 해당 상황은 엔딩이나 그 인물의 성격만으로는 100%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인원이 모여 개발한 게임인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부분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게임의 구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 스토리 쪽이라도 조금 더 신경썼다면 어땠을까요 ?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늘린다던가, 대화에서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좋았을 겁니다.

또한 이 장르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옵션들이 없는 것도 아쉬웠어요. 엔딩 모음을 시작메뉴에서 별도로 제공하지 않아, 무조건 게임을 시작해야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엔딩을 모으기 위한 분기점 도전을 할 때에도 챕터별 시작없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등은 개발사의 규모를 떠나 기본적으로 준비되어있어야 하는 옵션마저 빼먹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힌트 제공이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전체적으로 미흡한 게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장르인데다가, 작은 국내인디개발사가 개발했다고해서 망설임 없이 구매했지만 이래저래 꼭 해봐야겠다는 좋은 평가는 드리기 힘들 것 같은데요.

 

어느 하나 확실하게 좋은 부분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지도, 증거를 찾는 부분에서의 개연성이나 심문과정이 아주 짜임새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음악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일러스트가 괜찮았다 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어중간하고 애매했어요.

작은개발사 라는 것도 알고있고, 총 개발인원이 3명밖에 되지 않은 열악한 여건속에서 힘들게 만들어낸 타이틀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조금 더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이 게임에서 느꼈던 것들을 부디 다음 게임에서는 해소시켜줄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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