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망했어, 이젠 우주로 간다! 모바일 '60PARSECS!'리뷰

  • 입력 2020.01.21 15:3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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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종말'은 게임에서 자주 다루는 이야기다. 게임에서는 다양한 방법과 장르를 통해 지구의 파멸을 상상하고 표현해왔다. 세상의 멸망은 다양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의 등장, AI의 반란, 외계인의 침공.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성 있는 인류의 마지막 모습은 ‘핵전쟁’일 것이다.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라고도 부르는 이야기가 게이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 핵전쟁으로 인한 파멸은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는 부분일 것이다. '몰입감'만 놓고 본다면 좀비나 행성 충돌보다는 훨씬 현실에 가깝다.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점에서 핵전쟁 이후의 이야기를 다뤘던 경우는 매우 많다.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도 '명작'이라 불릴만한 작품들이 한가지씩은 있으며, 게임 역시 게이머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 프렌차이즈는 '폴아웃'과 '메트로'일 것이다. 물론, 꼭 이렇게 볼륨이 큰 게임만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방사능의 공포'를 소재로 한 게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 주목받았던 게임은 '60초'일 것이다. 최근에는 안 거쳐 간 스트리머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게이머가 플레이한 게임이다. '60초 동안 살아남기'라는 주제의 게임은 말 그대로 처음 60초간 필요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부족한 자원을 분배하며 살아남는 게임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선택과 자원 배분으로 제법 좋은 평을 받은 게임이기도 하다.

 

이 '60초'의 후속작이 이번에는 '60파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60파섹'은 우주를 선택했다. 지구는 이미 멸망해버렸으니, 이제 이야기는 벙커가 아닌 우주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게이머들이 버스나 지하철 안, 혹은 침대에 누워서도 접할 수 있다. 기존의 PC 플랫폼과 더불어 '모바일'에서도 출시됐다. 많은 게임 스트리머들과 게이머들이 좋게 평가했던 게임의 후속작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지, 멸망을 피해 도망친 우주에 희망은 있을지 한 번 살펴보자.

'60파섹'은 전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은 초반의 짧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간이며, 움직이는 캐릭터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굉장히 급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설명하나 없이 '대책 없이 뭐 어떻게 하라는 거지?' 의문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제한된 시간 내에서 가능한 많은 자원을 모아서 탈출선에 던져넣어야 한다. 제작 재료, 수프, 안내서 외에도 동료들을 선택하는 것까지 해내야 한다. 몇 명을 선택할지, 누구와 함께할지도 몇 초 만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당연히 모든 자원을 던져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은 시작부터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이 초반의 움직임이 어떻게 보면 ‘60파섹’의 절반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의 선택은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게이머들이 흔히 '스노우 볼 굴러간다'라고 하는 것처럼 선택한 동료들에 의해서, 그리고 챙겨온 자원에 의해서 게임의 난이도는 달라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아 이제 스테이지마다 계속 자원을 모아와서 살아남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던 게이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스 워 오브 마인'같은 게임을 생각했던 게이머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탈출선에 탄 이후 부터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60파섹'의 강렬한 초반 이후에는 탈출한 우주선에서 진행이 계속된다. 우주선에서는 각종 오브젝트를 활용할 수 있으며, 생존을 위해서는 거의 모든 오브젝트를 최대한 사용해야 한다. 중앙의 컴퓨터를 선택하면, 일종의 일일 퀘스트가 진행된다. 제작 모듈에서는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혹은 불필요한 아이템을 재활용할 수 있다. 파손된 아이템은 수리해야 하고, 필요 없는 아이템은 분해해서 자원을 모아야 한다. 조종 시스템에서는 게임 중반부의 찾게 되는 착륙지점에 동료들을 파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60파섹'의 목표는 앤딩까지 최대한 많은 동료를 살려두는 것이다. 당연히 입이 많아지면 자원은 부족하고, 자원이 부족하면 굶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동료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탐사 도중에 크게 부상을 당하거나, 혹은 수프가 떨어지거나, 정신을 잃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들로 동료들은 곁을 떠날 수도 있다. 선장이 되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모든 동료를 살리고 싶지만, 늘 최선의 선택만 할 수는 없다. 안타깝지만 이 게임은 모두를 신경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진 않다.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면, 이들의 능력을 잘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동료들은 객관적인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 힘, 민첩성, 지능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에서 '선택'을 요구할 때 동료들의 능력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게임에서 동료들의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때는 빠르게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는 매일 선택지를 제시한다. 적게는 2가지에서 많게는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최선의 선택이 되는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를 단 한 번에 선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아이템을 갖고 있기란 상당히 어렵다. 무엇보다 제시하는 질문에 맞는 답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론적으로 어렵다기보다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쪽이다. 질문 자체가 황당하고, 수학적 계산이나 논리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게이머의 감'을 시험하는 방식이다. '60파섹'에서의 '결정'에는 사실 개연성이 전혀 없다.

 

상식적인 접근보다는 ‘감’을 믿는 방식으로 플레이 되다 보니, 게임을 반복할 때마다 선택지를 외우는 수밖에 없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자원을 잃게 되거나, 동료가 상태 이상에 걸리게 된다. '한정된 자원과 특징 있는 동료'. 생존게임에 이 두 가지를 조합한 것까지는 식상하긴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게 무슨소리야? 어쩌라는 거지? 모르니까 일단 찍어보자'하는 방식의 선택 플레이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 부분이 '60파섹'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큰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만한 콘텐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과는 그저 황당한 텍스트를 읽고, 그럴싸한 답을 선택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제작과 업그레이드 시스템이 있지만, 그 볼륨은 한없이 부족하고 단순하다. 이 재활용과 제작은 나중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는 것으로 바뀐다.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수프가 떨어져 간다는 것이 전부다. 터치 몇 번으로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이게 무슨 생존이지?'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운에 따른 결과와 부실한 제작시스템. 치밀하게 계산하고, 결핍을 극복하는 방식의 생존이 아니라 운이 좋으면 살아남는 황당하고 가벼운 방식을 선택한 '60파섹'. 기존의 게임과 비교한다면 간절함이나 위태로움이 없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느낌보다는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되고 있구나'의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초반부의 그 긴장감 점점 잊게 되고, 가면 갈수록 그저 무의미한 터치 몇 번만 반복할 뿐이다.

 

처음 '60파섹'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면 '언제 또 내려가서 수집하는 거지?'하며 기다리다가 앤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상당히 지루한 게임이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다. '게임'을 기대하고 왔던 게이머라면 '텍스트'의 홍수만 잔뜩 맛보게 될 것이다.

 

인디 게임의 맛을 살린 것은 좋게 봐줄 수 있다.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오브젝트 상호작용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발사 'Robot Gentleman'만의 색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너무 정적이며, 텍스트 위주로 흘러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을 선택한 점은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나름 '뒤죽박죽 정신없는 우주 생활!' 같은 독특한 컨셉을 보여준 것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생존'이라는 요소를 다루기에는 너무 가벼운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파밍, 크래프팅, 하우징'과 같은 요소 혹은 '시뮬레이션' 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최소한 갖췄어야 한다. 일러스트와 텍스트만으로 이 부분을 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계산하는 것은 싫고, '병맛코드'와 텍스트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자신의 감을 한 번 시험해 보고 싶다면 플레이해 볼 만하다. 다만, 한가지 조언하자면 '유튜브에서의 초반 게임 플레이 영상만 보고 속지 말자'라고 꼭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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