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다른' 피지컬 슈팅 액션, PC '이로 히어로' 리뷰

  • 입력 2020.01.03 11:3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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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락실 게임 중 가장 많이 동전을 넣었던 장르는 '슈팅 액션'이다. 소위 '비행기 게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장르는 오락실 한 쪽에 항상 있는 게임이다. 오락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게임은 '1945', '텐가이', '건버드'와 같은 주로 '사이쿄'의 게임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조금 더 '탄막' 그 자체를 즐기는 매니아들은 '도돈파치'나 '벌레공주'와 같은 '케이브'의 게임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게임 혹은 오락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마다 '인베이더'나 '갤러그'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슈팅 게임'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장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격과 수비', '피하고 쏜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또 가장 확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슈팅 액션 게임'은 동체 시력을 바탕으로 한 미세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소위 '피지컬'이 어느 정도 받쳐 줘야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오락 피지컬' 레벨을 확인해 보고 싶을 때 좋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리듬 액션 게임', '대전 격투 게임', '탄막 슈팅 게임' 이 세 가지 장르의 게이머들은 서로 '그게 보여요?'라고 할 만큼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의 '피지컬'이 필요하다. 다른 게이머들이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이 셋 중 '슈팅 액션'은 '보고 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돈=실력'인 부분도 있다. 스테이지를 완전히 외운 후 패턴에 맞춰 피하고, 자연스럽게 탄막을 '유도'할 수도 있다.

 

돈을 쓴 만큼 실력이 오르긴 하지만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기계처럼 매번 똑같은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는 이상 피해야 하는 길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이 장르를 굳이 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슈팅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만의 플레이를 갈고 닦는 '장인의 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인물'과 '청정수'의 격차가 큰 장르이기도 하다.

 

인디 게임 개발사 'Artax Games'의 'IRO HERO(이하 '이로 히어로')역시 플레이어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쏘고 피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로 히어로'는 다른 슈팅 액션 게임과는 다른 방법으로 게이머의 피지컬을 요구한다. '슈팅 액션' 치곤 수많은 탄막이 등장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게임이 지나치게 빠르지도 않다. 

 

'탄막도 없고, 속도도 느리면 그냥 갤러그인가?'라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Artax Games'는 아주 단순한 법칙 하나만을 추가했다. 바로 '빨간색'과 '파란색'을 기본으로 한 '색깔'이라는 요소다. 과연 '슈팅 액션 게임'이 '색깔 맞추기'라는 요소를 만나면 어떤 재미가 나올지 한 번 살펴보자.

'이로 히어로'는 아주 익숙한 주제를 배경으로 한다. 외계종족 '냐구'는 인류에게 인간의 신체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업의 타락한 욕망은 에너지 생산만을 목적으로 인간들을 착취하기 시작한다. 결국, 많은 인간이 '전력 공급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냐구'는 인류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다른 외계 종족 '리우'는 절망을 주는 존재다. '리우'역시 전력 확보를 목적으로 사람들을 납치한다. 이렇게 붙잡힌 사람들은 인간 발전소에 갇혀 변하게 되고 노예화와 번식만이 남는다. 인류는 이제 '건전지'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 '이로'는 '리우'가 인간을 납치하기 위해 발전소를 공격하러 올 때, 그 공격으로부터 어머니를 구하고자 한다.

 

아마 이 익숙한 스토리를 본다면 명작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기계'로 바꾼다면 거의 똑같은 이야기다. 심지어 처음 등장하는 일러스트마저 비슷하다. 인디 게임이 그것도 '레트로 슈팅 게임'에 스토리를 넣은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너무 익숙한 소재는 오히려 지루함만 느끼게 한다.

 

콘솔 기반의 패키지 게임인 만큼 내용을 따라가는 '스토리 모드'가 따로 준비되어 있다. 스테이지마다 주인공 '이로'의 여정이 담겨 있고, 게임 진행과 동시에 등장하는 텍스트를 통해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나름 신경을 쓴 것은 느껴진다.

스토리 전개는 게임 화면 중앙의 양쪽에 인물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문제는 이 이야기에 잠깐 눈을 돌려서 읽기가 매우 버겁다는 것이다. 장르가 슈팅 게임인 만큼 시야를 잃는 순간 기체가 터질 수 있기 때문에 '뭔가 대사는 보이는데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네'의 느낌이다. 

 

게임을 끊지 않고 계속 가져가는 것은 좋지만, 나름 스토리를 준비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주는 것이 어땠을까 한다. ‘사이쿄'의 '건버드'나 '텐가이'처럼 대사가 나오는 순간 게임이 일시 정지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스테이지가 종료된 순간 나오는 컷신처럼 아예 스토리만을 위한 시간을 배분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이렇게 게임 중간에 스토리를 섞고 싶었다면, 차라리 영화 자막 형태로 띄우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슈팅 게임은 스토리에 무게를 둔 장르가 아니다. 수많은 탄막 속에서 길을 찾고, 또 죽기 직전에 생존 기술을 사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것만 있으면 된다. '이로 히어로' 역시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초반에 주어진 3대의 비행기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그 진행방식이 다른 게임과는 차이가 있다. 탄막을 피하고, 적을 쏘는 것은 같지만 여기에 색다른 조건이 하나 붙는다.

바로 '색깔'을 맞춰야 한다는 규칙이다. 게임의 초반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적이 등장한다. 주인공 '이로'의 비행기 역시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기체의 색을 변환할 수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빨간색 적이 나오면 파란색으로 공격해야 한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적이 쏘는 미사일과 동일한 색으로 바꿀 경우 공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수 스킬의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적의 본체는 다른 색으로 공격을 하고, 적이 쏘는 미사일은 같은 색으로 맞으면 된다.

 

같은 색의 미사일을 모으면 '테슬라 쇼크'와 '중력 점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게임에서의 '폭탄'과 같은 기술이다. 다른 색으로 적을 쏘는 것만큼, 같은 색의 미사일을 맞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로 히어로'에는 따로 '생존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적의 미사일을 맞으며 게이지를 채워야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이로 히어로' 는 다른 슈팅 게임과 비교했을 때 '탄막'이라고 부를 만큼 복잡한 수준의 게임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굉장히 쉽고, 그만큼 지루해질 수 있다. 단순히 색깔만 잘 바꿔가면서 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히어로'는 단순히 '파랑'과 '빨강'만 도입하지 않았다.

 

적들이 얌전히 '자~ 이번에는 빨간색입니다. 다음에는 파란색으로 갈게요' 하는 형태로 나오진 않는다. 스테이지가 지날수록 적들도 정신없이 요란한 공격을 퍼부으며, 후반부에는 색깔 공격에 면역인 상태의 적들과 오브젝트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게이머라면 당연히 눈치챘겠지만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가 된다. 이제부터는 게이머에게 기존의 '슈팅 액션 게임'이 요구하던 피지컬과는 다른 의미의 순발력과 시각을 요구한다.

 

'색깔 놀이'의 진수는 '보라색' 지대와 '노란색' 지대의 등장으로 완성된다. 게임 중반 이후 등장하는 이 두 가지 색깔이야말로 '이로 히어로'의 진짜 숨겨진 색이다. 보라색 지대에서는 빨강과 파랑 어떤 색이든 통과할 수 있지만, 미사일이 통과하면 반대 색상으로 바뀐다. 즉 파란색의 미사일이 보라색 지대를 거치면 빨간색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보라색'은 단순히 미사일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적도 보라색으로 등장한다. 적이 보라색일 경우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미사일 모두 소용이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노란색'이다. 이 노란색 지대는 색깔에 상관없이 미사일을 노란색으로 고정해 준다. 보라색 적들은 이 노란색 지대의 미사일을 통과해야만 제거할 수 있다.

플레이할 수 있는 스테이지는 총 9단계. 일반적으로 '1-8'을 한 '회차'로 여기는 오락실 슈팅 게임과 비슷한 볼륨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 모드를 모두 클리어한 게이머들은 '노멀', '아케이드', '챌린지' 모드를 플레이 할 수 있다. 아케이드는 '원 코인' 플레이 방식이고, 챌린지는 '기회는 단 한 번, 죽으면 끝'의 하드코어 모드다.

 

모드를 떠나서 슈팅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는 아주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다. 몇 판까지 가는지를 보면 된다. 물론 반짝이는 순간 획득하면 점수를 더 얻는 형태의 '체인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고 고수들의 영역이다. '이로 히어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죽지 않고 많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 그리고 익숙해지면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장인의 길'은 상당히 지루하고, 또 많은 고통이 따른다. 똑같은 스테이지를 외우다시피 반복 플레이한다는 것은 '슈팅 게임' 장르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당연히 '이로 히어로'도 벗어날 순 없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색깔'이라는 요소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로 히어로'는 기존 '정통 슈팅 게임'을 기대한 게이머라면 상당히 짜증 나고, 귀찮은 게임일 수도 있다. 쏟아지는 탄막에서 길을 찾는 요소보다, 색깔에 맞춰 변화하고 오브젝트를 활용해야 하는 '색깔 놀이'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색다른 맛은 있지만, 슈팅 게임의 맛은 없다'의 수준에서 끝날 수도 있는 게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로 히어로'는 '깊고 진한 맛'을 원했던 게이머보다는 '인디 게임의 독특함'과, '색다른 도전과제'를 원하는 게이머에게 어울리는 게임이다. 절대 수준 낮은 게임은 아니다. 독특한 요소를 도입했고,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업적에 대한 도전 의식도 불러일으킨다. '그게 보여요?' 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게이머도 있겠지만, '독특하고 재밌던데?' 수준에 만족할 만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청기 백기' 처럼 색깔 맞추기 피지컬에 자신이 있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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