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난이도는 동일하지만 전작과 다른 슈퍼 미트 보이 포에버(Super Meat Boy Forever) 리뷰

  • 입력 2022.01.26 11:23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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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제작된 ‘Super Meat Boy(슈퍼 미트 보이)’는 플랫포머 장르의 최전선에 있다는 평과는 별개로 캐릭터 부분에서도 큰 재미를 봤다. 트위치에 돌아다니는 캐릭터, 이른바 고기 소년으로 불리는 이모티콘은 블러드 트레일로 유명해졌고, ‘트수(트위치와 백수를 합친 인터넷 용어)’들만 믿으라는 다소 코믹한 뜻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게임성만 본다면, 8비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아트 스타일과 단순 명료한 조작법이 큰 호응을 받으면서 인디 게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콘텐츠가 되었다.

하지만 10년 후에 발표된 ‘Super Meat Boy Forever(슈퍼 미트 보이 포에버)’는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한 탓인지, 오토 러너 형식으로 변경되면서 여러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게임의 어려움이 생각보다 상상 이상이었고,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었다. 피지컬과 반사신경 사이를 적절히 타협하지 못 한다면, 아마 마지막 보스를 만나기 전부터 큰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슈퍼 미트 보이 포에버는 오토 러너 형식으로, 게임이 시작되면 속도나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없다. 혹자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 때문에 어중간한 난이도로 들리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작을 이미 플레이해 본 게이머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플랫폼의 구성이 꽤 끔찍하기 때문에 하나의 코스를 뛰어넘는데 최소 3번 이상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물론 이 일련의 장애물 코스는 정밀한 편이고, 게이머의 창의적인 조작감도 필요하다. 전기톱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유리를 박살 내면서 길을 터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고기 소년의 점프력이나 플랫폼의 판정 효과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플레이 내내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불쌍하게도 우리 고기 소년이나 붕대 소녀를 위험한 실험 도구로 던져 버리는 것 같아 일부 게이머는 께름칙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전작의 팬들은 대부분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차근차근 플레이하면서 클리어의 맛을 봤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게임은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고기 소년을 러닝머신 위로 던질 때부터 이 게임의 평가는 사실상 5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고기 소년이 스테이지 일부를 피범벅으로 만들 때부터 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이는 게임 초반부터 붕대 소녀로 교체하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피칠갑이 된 벽과 전기톱을 보고 싶은 게이머가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고기 소년과 붕대 소녀 사이에서 태어난 너깃을 구출하는 동화적인 스토리인데다, 게임의 BGM마저도 절로 휘파람을 불게 할 정도로 레트로풍의 성격도 강하다.

다만 게임 컨트롤이 의외로 섬세한 편이다. 점프 버튼을 길게 누르면 당연히 더 높게 솟을 수 있지만, 이는 단지 롱 점프하나만의 성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육안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지만, 이 롱 점프 하나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플랫폼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점프 중에 펀치를 눌러서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도 보기에 따라 여러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공중에 떠 있는 에너미 객체를 펀치로 가격한 후에 다시 한 번 펀치를 하면서 나아가는 모습도 그리 놀랍지 않지만, 점프의 성격에 따라 클리어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점프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발진은 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 일련의 퍼즐 장치들을 게이머 스스로 통달하길 바라고 있다. 점프를 어느 타이밍에 얼마나 오래 누를 것인가? 얼마나 멀리 점프하고, 어느 타이밍에 펀치를 눌러서 나아갈 것인가? 놀랍게도 일부 스테이지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컨트롤이 도발적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게이머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지만, 이건 의외로 짜증나거나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결국 이 게임은 타이밍 싸움이 가미된 퍼즐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게임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전작의 팬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을 만하다. 장애물이 듬성듬성 박힌 플랫폼은 판정 효과에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간발의 차이라고 하지만, 반복적인 죽음이 아예 전제가 되고 있어서 금방 지칠 수가 있다.

물론 이 게임의 테마는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죽여도 사라지지 않는 유령은 당연히 위험한 객체지만, 펀치로 연달아 가격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을 뛰어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이머를 잡아먹는 식물은 펀치를 연타하면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일부러 시간을 끌어서 점프의 기회를 넓힐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 플랫폼 사이를 넘나들거나, 분신술을 활용해 벽 자체를 건너뛰는 이벤트가 재밌었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우도 많아서 일부 인상적인 장면도 꽤 있다.

그렇지만 좌절감을 안길 정도로 까다로운 스테이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 특정 스테이지는 개인의 피지컬로는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어떤 경우는 게임의 버그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는데, 다행히 각 스테이지는 스킵이 가능하고, 각 챕터별로 4개의 스테이지만 클리어해도 바로 보스와 전면전을 펼칠 수 있다.

슈퍼 미트 보이 포에버는 꽤 어려운 게임이다. 새로운 코스에 들어서면 먼저 죽어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코스들은 결코 지루한 퍼즐은 아니다. 리듬감이 적절히 포함되어 있고, 아주 명확하다. 특히 세 번째 보스와의 대결은 타이밍 싸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속도와 이동 방향이 제어가 안 되는 오토 러너 캐릭터가 대형 보스를 가운데에 놓고, 양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 대형 보스는 레이저를 동그랗게 그리면서 게이머를 위협하는데, 체력이 떨어지면 레이저를 세 줄기까지 뿌려 버린다. , 게이머가 활동할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몇 번을 사망했는지, 엄밀히 따져서 고기 소년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지만, 개발진의 아이디어는 나름대로 발칙하고, 도발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건 좀 앞서갈 수도 있지만, 게이머 스스로 항마력이 강하다고 자부한다면, 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캐릭터를 교체해 가면서 보스를 클리어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작의 팬들이나 플랫폼 게임의 젬병에게는 가혹한 강요일 수 있지만, 오토 러너 형식만 제외한다면 슈퍼 미트 보이의 본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무조건 우측으로 뛰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우회하기 때문에 슈퍼 미트 보이 포에버의 도전은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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