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와 거상에 보내는 러브레터… 프레이 포 더 갓(Praey for the Gods)

  • 입력 2021.12.23 16:15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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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포 더 갓(Praey for the Gods)의 외형은 누가 봐도 플레이스테이션2의 명작으로 꼽히는 완다와 거상(Shadow of the Colossus)이다. 3인 체제로 완성된 이 인디 게임은 애초부터 완다와 거상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완다와 거상의 아이디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잡몹과의 전투를 생략한 채 보스와의 대결로만 이루어진 이 게임은 전투 자체가 스테이지의 일종으로 작용하면서 당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체 일부에 올라타면서 시작되는 ‘Revived Power’라는 BGM이 웅장하게 울려퍼지고, 거상이 몸을 흔들 때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패드를 움켜 쥐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뇌리 속에 박혀 있다. 블루포인트 게임즈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4 리메이크판을 보고 그래픽의 발전을 실감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프레이 포 더 갓은 의욕적으로 완다와 거상을 따라한 듯하다. 보스의 일부에 붙은 털을 붙잡고 등반하는 것부터 급소를 찾아 공격하는 것, 완다가 몸을 흐느적거리거나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양손을 드높이는 모습까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개발진은 완다와 거상만으로는 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스태미나 게이지와 크래프팅 시스템까지 추가했다. 여기에 완다와 거상에는 없었던 여러 잡몹들과 사냥감인 멧돼지와 사슴 등도 추가해서 궁핍 관리를 강제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배경을 핑계로 추위에도 신경쓰도록 했다. 아마 개발진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처럼 스태미나 게이지를 추가하면서 게임의 긴장감을 올려줄 계획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게임 자체가 위의 시스템들을 받쳐 주는데 하등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잡몹들을 상대한다고 해서 경험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스태미나와 생명력의 최대치를 올려주는 것도 아니다. 멧돼지와 사슴을 사냥하고, 도끼로 나무를 채집할 수 있지만, 수납 공간이 매우 비좁고, 마땅히 사용할 틈도 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처럼 퍼즐과 그에 따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완다와 거상의 그 판정 효과에도 거의 미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정 효과는 곧 등반으로 연결된다. 안타깝게도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가 등반에 있다. 여타 게임들도 단점이 있지만, 프레이 포 더 갓의 경우에는 등반 하나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집어삼킬 정도다. 스태미나 게이지나 크래프팅 시스템 다 좋지만, 이미 기본적인 판정 효과부터 시원찮아서 초반부터 김이 팍 새 버리는 것이다. 해외 사이트에서는 버그 관련해서 얘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모션 자체가 좋지 않아서 움직임이 너무 둔하게 보였다. 한 가지 모션에 이어지는 나머지 액션이 워낙 딱딱하게 보이니, 혹자는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게을러 보일 수도 있다. 유비 소프트의 모션 매칭처럼 자연스러운 액션까지 바라진 않지만, 프레임이 더뎌지는 현상까지 있어서 적응하기도 은근히 힘이 든다.

그래도 다행히 보스를 찾는 과정은 그리 혹독하지 않다. 완다는 전설의 검을 들어 올리면서 길을 찾았지만, 이 게임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줄기를 찾아 떠나면 된다. 아예 지도에다 핀을 하나 박아 버리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낙하를 시도하면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물론 중간에 높은 산맥이나 동굴, 안개, 비밀 스테이지 등 여러 장애물도 존재하지만, 마지막 보스를 만나기까지 6시간은 초과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점은 보스를 클리어하는 과정에 있다. 완다와 거상처럼 보스의 몸에 올라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눈치는 금방 챌 수 있지만, 등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급소를 하나 공격할 때마다 보스의 몸에서 추락하고, 다시 올라타는 일이 반복되는데 워낙 굼뜨게 움직이다 보니 계속해서 시간이 낭비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일을 부추긴 것이 스태미나 게이지다. 개발진은 젤다의 전설을 떠올리고, 추가한 것 같지만 게임 진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보스의 몸을 붙잡고 흔들거릴 때 스태미나 게이지가 깎이는데 이 흐름이 매우 단조롭다. 게이머는 스태미나를 아끼기 위해 액션 버튼을 연타해야 하지만, 단 하나의 급소를 공격하는데 그치고 만다. 그러다 보니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똑같은 방식의 등반과 급소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개발진은 완다와 거상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급소 공격을 수정했다. 검을 찔러 넣는 것이 아니라 압축기를 돌려서 넣었다 빼는 방식이다. 손잡이를 잡아서 쭉 뺐다가 120도 방향으로 돌려서 넣는 행동을 총 세 번을 해야 하나의 급소 공격이 끝이 난다. 넣을 때마다 보스는 몸을 흔들고, 게이머는 스태미나 게이지를 아끼기 위해 액션 버튼을 연타해야 한다. 스태미나 게이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하나의 급소 공격도 완성하지 못 한 채 추락하고 말 것이다.

개발진의 이러한 의도는 순수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션이 어수선하고, 느슨하기 때문에 다시 올라타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순수하지 않다. 자꾸 떨어져서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액션 버튼을 또 연타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답답한 지경인 것이다. 마음 한편에서는 압축기를 120도까지 돌리기도 전에 보스가 몸을 흔드는 건 아닌지, 그걸 더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괜찮다. 완다와 거상처럼 험난하지 않고, 보스를 클리어하는데 그리 어려움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게임의 객체들 전부가 모션이 엉성해서 전혀 역동적이지가 않다는 것이다. 설인의 몸을 따온 듯한 보스나 암흑 기사 콘셉트의 몬스터 등 대부분이 음주 운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엉뚱하게 행동하고 있어서 버그를 의심할 정도였다. 보스의 공격 패턴이 다양한 것도 아니라서 세 번째 보스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게임이 급격히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개발진은 스태미나 게이지와 크래프팅, 서바이벌 시스템 등을 고루 섞을 것이 아니라 완다와 거상의 그 판정 효과에 매진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이 게임에 나오는 무기들, 심지어 갈고리까지 내구도가 있어서 좌절 직전까지 갈 뻔했다. 실제로 더 많은 종류의 잡몹을 만났지만, 내구도가 두려워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위로 점프해서 넘어가는 갈고리마저 내구도가 있다 보니, 등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또한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개인적으로는 익룡의 위에 올라타기 위해 몇 번이고 뛰어내렸던 게 가장 끔찍한 부분이었다. 수동 저장이 있지만, 보스전에 들어가면 잠겨 버리기 때문에 고지로 올라가는 짓을 반복해야 했다. 마지막에는 통 보이지 않았던 광원 효과에 눈이 부시기도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동안 게임의 보스들이 굼벵이 같고, 우울해 보인 탓도 크다.

다행히 보스들의 디자인은 괜찮은 편이다. 기괴하고, 발랄하며, 한편으로는 끔찍한 혼종이 보일 때는 일부러 풀샷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개발진이 완다와 거상에 애착을 보이며 제작한 건 분명해 보인다. 메시지 전달에서도 비슷한 영감을 받았는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그런 면에서 개발진은 판정 효과라도 개선해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픽은 둘째치고, 모션 부분이라도 수정한다면 게임 자체가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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