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기사 포켓 던전(Shovel Knight Pocket Dungeon), 액션 가미한 퍼즐 게임… 가능할까?

  • 입력 2021.12.17 15:15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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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기사 포켓 던전(Shovel Knight Pocket Dungeon)’의 스크린샷은 여러모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 게임은 테트리스의 변형인가? 아니면 캔디 크러시 사가처럼 가볍게 즐길 만한 캐주얼 퍼즐인가? 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분명한데 조금 이상한 점은 있다. 위에서 블록은 떨어지는데 게이머가 조종하는 캐릭터 하나가 보인다는 것이다. 캔디 크러시 사가에 캐릭터 한 명이 들어가서 블록을 파괴한다고 상상해 보라. 손으로 터치하거나 마우스로 클릭해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한 명이 일일이 뛰어가서 블록을 파괴하는 것이다. 맨 먼저 캐릭터가 블록을 피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는 않을까? 게다가 이 게임의 블록들은 엄연히 몬스터이기 때문에 공방(攻防) 개념이 존재하고 있다. 캐릭터가 블록을 건드릴 때마다 자신도 대미지를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이 게임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블록이 서로 연결돼서 같이 파괴되는 건 캔디 크러시 사가 시리즈와 동일하다. 한꺼번에 더 많이 파괴할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얻는 것도 그렇다. 덕분에 방향 자체를 아예 그쪽으로 잡고 30분 동안 열심히 플레이했다. 어떻게든 같은 블록, 그러니까 같은 몬스터들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캐릭터에게 무기가 주어지고, 체력을 충전해 줄 포션까지 무작위로 떨어지는데다, 여기에 열쇠와 상자까지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는 열쇠와 상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가 게임 전개 자체가 안 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 게임은 최근 인디 개발진의 추세에 맞춰 로그라이크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상자 안에는 아이템이 있지만, 가끔 상점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여기에서 캐릭터의 최대 생명치를 늘리거나, 무기에 독성을 부여해서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렇다. 이 게임은 마지막 스테이지에 가기 전까지 최대한으로 보너스를 얻어서 캐릭터를 강력히 무장시켜야 한다. 만약에 그 정도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해서 마지막 보스까지 무너뜨렸다면, 그건 게이머가 단순히 고집이 센 것이 아니다. 이 게임에 중독성이 있는 것이고, 그건 오롯이 게이머의 도전 정신에 있다.

게임 방법을 마스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벽돌이나 철 등의 객체들은 서로 짝만 맞다면,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 캔디 크러시 사가를 연상하면 되는데, 이 게임은 서로 연결만 되어 있다면 10개 이상이 되든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몬스터를 건드리면 캐릭터 본인도 피해를 입는다. 대신에 짝이 맞는 몬스터의 공격까지 받지는 않는다. 4마리의 몬스터가 우측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을 때, 좌측의 몬스터에게만 피해를 받아서 4마리의 몬스터를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동에 있다. 위에서 떨어지는 벽돌, , 그리고 몬스터와 포션, 열쇠와 상자는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더 빠르게 내려온다. 캐릭터의 이동 속도와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10마리의 몬스터가 스크럼을 짜고 내려온다고 했을 때, 중간중간에 벽돌이 끼어 있다고 치자. 그럼 게이머는 빠르게 이동해서 벽돌을 깨고 싶겠지만, 주의해야 한다. 우측 키를 빠르게 누르면, 몬스터와 벽돌도 같은 속도로 내려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벽돌 옆으로 못 갈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게이머의 기획력이 꽤 중요하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몬스터들의 공격력도 강력해지기 때문에 포션과의 거리 두기도 상당히 중요하다. 포션 역시 서로 짝만 맞으면 모두 파괴가 되면서 캐릭터의 체력을 채워 주기 때문에 순간적인 계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핵심은 상자에 있다. 상자에서 열리는 상점으로 들어가면 여러 유물을 판매하고 있는데, 생명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명타를 늘리거나 독성을 부여해서 공격력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 본인이 방법을 모두 마스터했는데도 계속 제자리였던 이유가 이 공격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두에 밝힌 것처럼 게임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더 많은 보너스를 얻으려다 갈 곳이 없어 게임이 끝나 버릴 수도 있고, 짝을 맞추려고 머리 좀 썼다가 체력 저하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은 눈치작전이 치열한 편이다.

이상한 건, 반나절을 투자해서 마지막 보스까지 클리어했는데도 성취감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캔디 크러시 사가처럼 연쇄 폭발을 쉽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벽돌이나 철, 포션 등을 제거해서 몬스터들을 쌓아 올리게 하고 싶어도,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건 순전히 개발진의 의도로 보이는데 난이도 균형을 타이트하게 맞춘 덕분인지, 머리는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게임 내내 궁핍하게 돌아가서 의식 속에서는 불만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과 감정 탓이 크다. 본인은 분명히 남은 체력 하나를 달고, 포션을 찾는데 여념이 없었고, 결국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버렸기 때문에 누가 봐도 스릴감은 있어 보일 것이다. 부당하다고 불만을 터뜨려도, 결국 이 게임은 어떻게든 클리어는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눈치가 필요한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들은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고, 쓰러뜨릴 때마다 게이머가 직접 조종할 수도 있다. ‘요트 클럽 게임즈(Yacht Club Games)’의 이 자체 프랜차이즈 캐릭터들은 자사의 액션 게임들에서도 활약했다.

다만 캐릭터들의 활약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게이머가 조종할 보스들은 각자 능력이 있지만, 활용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연쇄 공격 후 방어막을 얻거나, 아래에서 공격할 때 더 많은 피해를 주는 등 첫 번째 캐릭터인 삽 기사보다 혜택이 있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대 생명력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삽 기사는 연쇄 공격부터 치명타를 가할 수 있고, 포션을 더 많이 얻기 때문에 가장 무난하게 보스전을 치를 수 있다.

물론 퍼즐의 강자라고 한다면 즐길 여지는 있다. 하지만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인 플레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요소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이동속도였던 것 같다. 이 게임을 하면서 블록을 더 빨리 떨어뜨리게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블록이 빨리 떨어지고 있다면, 게이머의 전략과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그 뒤로 쌓여가는 블록들을 정리하는 일이 게이머의 몫이다. 체력을 깎아 가면서 쌓여 있지도 않은 몬스터를 건드려야 하는가? 체력이 꽉 찬 상태에서 10개나 쌓여 있는 포션을 굳이 건드려야 하는가? 이러한 결정이 단 1~2초 만에 이루어지는 점은 여타 퍼즐 게임과 같지만, 그 사이에 캐릭터의 체력 관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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