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iftbreaker(리프트브레이커), 스타크래프트 못지않은 실시간 전략과 액션의 재미

  • 입력 2021.10.22 13:57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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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이 등장하면서 개발자들은 갖가지 하위 장르를 혼합하기 시작했다. RPG 요소는 기본이고, 메트로베니아와 소울라이크, 핵 앤 슬래시 등등, 능력이 있는 인디 개발진들이라면 도전을 피할 이유가 없다.

EXOR StudiosThe Riftbreaker(리프트브레이커)는 RTS 성격이 강한 타워 디펜스 게임이다. 여기에 ‘트윈 스틱 슈터’ 장르를 혼합한 덕분에 게임의 액션 퍼포먼스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타워 디펜스 게임에서 액션 RPG 요소가 추가된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도 그다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리프트브레이커는 게이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을 지키면서 아주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고급 사양까지 장착하고 있어서, 광원 효과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게임은 식민지를 찾아 나서는 엘리트 요원 애슐리와 그와 함께하는 인공지능 로봇 Mr.Riggs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들이 사는 세계는 다른 행성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 스테이션이 개발되었다. 애슐리와 인공지능 로봇은 극한의 기후와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이겨내며 여러 행성을 탐사해야 한다.

먼저 인공지능 로봇이 행성에 상륙하는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특히 대형 모니터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스타크래프트2 못지않은 비주얼에 감탄할 것이다. 4K 해상도에 고급 옵션까지 조절하면, 이 게임의 장르를 따지기 전에 그 뛰어난 그래픽부터 만족할 것이다.

이제 자원을 모으고, 그에 따른 기지를 건설하며,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까지는 여느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부를 둘러싼 각종 건물을 나열하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재정비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할당해야 하는 건 어떤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간다면 기후에 따라 에너지 변화가 생겨서 건물이 제역할을 못해 위기가 닥쳐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된다. 풍력 발전용 터빈이 바람의 영향을 받지 못하고,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 하는 경우다. 태양으로 가득한 행성이라면 태양광 패널을 많이 건설하면 될 것이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식물 바이오패스 발전소를 건설해서 죽은 나뭇잎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운이 좋다면 지열 발전소를 통해 재생 에너지 기술을 가져올 수 있다.

다음으로 방어에 관한 이야기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카르보늄 광석을 채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위에 공장을 짓고, 옆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용 터빈을 건설한다. 여기에 전력망을 연결해 줘야 하기 때문에 반경 내에 에너지 연결기를 설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본부를 짓고, 본격적으로 외계 생명체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기본 장벽과 보초병 타워를 기본적으로 짓지만, 이후에는 포병 타워와 로켓 타워, 화염방사기 타워까지 다양하게 건설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보초병 타워를 제외한 각종 타워들은 탄약 제조소를 지어서 총알을 장전해 놔야 한다. 총알을 모두 소비하면 재장전될 때까지 먹통이 되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건물의 제기능을 위해 다른 건물을 지어야 하는 반복적인 움직임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인 건, 이러한 반복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본부를 핵심으로 한 기지들을 더 확장하고, 재생산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우리가 스타크래프트에 재미를 느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를 들자면, 다이내믹한 역동성에 있었다. SCV가 미네랄을 캐고, 건물을 짓는 모습이 지루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그만의 역동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2D와 3D 사이에 걸쳐 있는 듯한 그래픽에 속는 걸 알면서도 입체적인 움직임에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반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Mr.Riggs가 건물을 연속으로 짓는 모습에서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영광이 보였다. 첫 정착지였던 본부의 영역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외곽을 지키고 있는 장벽부터 확장해 나갈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타 행성을 탐사하다 보면, 본부가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 열대 지대에 전초 기지를 짓고, 방사능 사막에서 우라늄 채굴을 시작하게 되면, 카르보늄과 철의 수급이 매우 원활해진다. 자원이 부족해 방어에 헐떡이던 초기와 달리 건물을 짓는 비용의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게이머가 그렸던 방어 체계를 아주 멋들어지게 구축할 수 있다.

Mr.Riggs의 활약도 크다. 본부만 마련되면, 연구 옵션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에는 기지와 건물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무기와 장비도 가능하다. 인공지능 로봇은 기본적으로 무제한으로 돌릴 수 있는 블래스터와 산탄총, 소형 기관총이 있고, 소드를 휘두를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게이머들도 이러한 옵션이 익숙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건물만 짓지는 않을 테니 기본적으로 공격과 방어구 정비도 가능한건 당연한 이치다. 게임은 행성 탐사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Mr.Riggs을 내세워서 무기와 장비 업그레이드에 세세히 신경썼다. 이 인공지능 로봇이 탐사를 시작하면 전형적인 액션 RPG로 흘러가는 것이다. 외계 생명체 중에는 방어력이 강력한 대형 몬스터도 존재하고, 핵 앤 슬래시 전투를 내세운 여러 잡몹들이 거처를 마련해 Mr.Riggs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장면은 역시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RTS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얘기만 들으면 이 게임의 장르는 최소한 10가지는 넘어간다는 걸 알 수 있다. 놀라운 건 이 많은 장르가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상당한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혼합 장르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어수선하고, 대책이 안 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 게임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개발진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심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시간 전략과 인공 지능 로봇의 아기자기한 전투 덕분에 꽤 중독성 있는 전개를 자랑한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짜잘한 버그가 조금 남아 있고, 캠페인 모드가 빈약해 보인다는 것. 물론 개인적으로 애슐리와 Mr.Riggs의 대화는 흥미로웠지만, 챕터별로 진행되지 않다 보니, 약간 지치는 면은 있다. 건물을 신나게 짓다 보니, 어느덧 이 게임의 스토리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된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캐릭터의 성격도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복잡한 역학 관계에 다시 한 번 뛰어들 것이다. 건물에 할당될 에너지와 탄약의 비용, 갖가지 요구 사항들이 여전히 내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Mr.Riggs가 매끄럽게 건물을 짓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대규모 전투로 본부가 너덜너덜해지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이 부담되지만 어쩔 수 없다. 사흘 만에 Mr.Riggs의 목소리가 입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이 게임에 완전히 적응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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