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게릴라는 영원한 게릴라야" PC '파크라이 6' 리뷰

  • 입력 2021.10.13 14:5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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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남미'의 이미지란 오직 축구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카를로스' '칠라베르트' '레코바' 이런 축구선수들과 그들이 보여준 '삼바축구' 가 내가 아는 남아메키라 대륙의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남미' 하면 축구보다 '마약'이 먼저 떠오른다. 아보카도나 담배도 있겠지만, '카르텔과 마약'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내 기억 속 '흥이 넘치고 축구를 잘하는 대륙'이 피로 얼룩지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나르코스'의 역할이 컸다. 이 시리즈를 정주행한 사람이라면 아마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의 하얀 가루가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제는 '남미 사람들은 다 축구를 좋아하나?' 보다 '그 동네는 진짜로 마약 구하기가 쉽나?' 같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과 드라마 그리고 극단적인 내용의 국제 뉴스로 '남미' 대륙을 접한 나의 편협한 생각이다. 

 

'남아메리카'를 담아낸 게임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그 언어를 따라 하게 된다. 아마 이국의 언어가 주는 묘한 호기심과 재미, 장난스럽게 혀를 굴리는 그 행동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일 것. '고스트 리콘'을 할 때는 '엘 수에뇨' '아미고' 같은 단어가 내 혀에 한동안 머물다 갔고, '나르코스'를 정주행하면서는 '까르텔' '뜨랑낄로' 그리고 '마드레'가 포함된 아주 심한 욕설을 혼자 내뱉곤 했다. 실제로 그 지역에서 이런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면 나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다룰 게임은 '남미'의 흥겨움보다 잔혹함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마약과 총을 빼놓고 '남아메리카' 대륙을 보여주기엔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주제는 '독재자'와 '게릴라' 그리고 '해방'이다. 많은 게이머의 기대를 받는 게임 '유비소프트'의 '파크라이 6'다.

트레일러 영상과 각종 미디어에서 그 내용을 밝혀온 것처럼 '파크라이'의 6번째 주제는 '독재로부터의 해방' 이다. 중남미의 카리브해 중심에 있는 섬 국가 '야라'는 1967년 게릴라의 혁명 이후 봉쇄조치가 내려진다. '야라'는 47년간 가난으로 계속 몰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야라'에 '낙원'을 세우겠다는 독재자 '안톤 카스티요'가 등장한다.

 

'안톤 카스티요'가 정권을 잡게 된 배경에는 '비비로' 라는 '항암 치료제'가 있다. 이 '비비로'의 원료는 바로 남미의 대표적 상품 '담뱃잎'이다. 독재자와 담배라는 연결고리만 봐도 '안톤 카스티요'가 말하는 '낙원'이란 어떤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약 2~3시간 정도의 초반부 스토리에는 주인공 '다니 로하스'가 혁명 게릴라 조직 '리베르타드'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까지는 게이머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니 간단하게만 밝힌다. 내가 느끼기에는 도입부의 개연성이 조금 약하고 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계기는 알겠는데 게이머가 스토리에 몰입할 만한 강렬한 임펙트는 없다. 아주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주인공의 심경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가장 확실하고 흔한 방법, '친구와 가족의 죽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깨달음' '이를 도와주는 주변인들의 만남' 같은 클리셰를 다 넣어놨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특수부대'였던 '와일드랜드'와는 시작점 자체가 다른 만큼 어떤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파크라이 6'의 전반적인 느낌은 '유비소프트'의 같은 식구 '고스트리콘 와일드랜드'와 닮았다. 우선 지역적 특징에서 그 빛깔이 비슷하다. '와일드랜드'는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 '볼리비아'를 담아냈었다. 이후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를 게임에 담는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가상의 국가를 '야라' 만들어냈다. 하지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 쿠바 아니야?' 라고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야라'가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다. 주변의 경관만 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실제로 있을 법한 담배 농장이나 검문소, 정글, 초원, 동굴, 해안이나 절벽 등 지형이나 건물을 실감 나게 구성했다. 오픈 월드 게임인 만큼 자유롭게 이동해볼 수 있는데 실제로 '남미'에 가보진 않았지만,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게임에서 '실감 난다'라는 건 그만큼 하드웨어의 스펙도 높게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후덥지근 한 공기는 CPU와 GPU의 열기 때문이었나보다. '파크라이 6'의 최저 사양은 1080P에 30프레임 기준 'GTX 960'이다. 내가 사용하는 그래픽 카드는 사실상 마지막 현역 'GTX 980'. '유튜브'에 올라오는 '최고옵션 플레이 영상'만큼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그래픽 옵션에서는 'HD 텍스쳐'를 추가로 설치하고 '레이 트레이싱'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4K로 설정할 경우엔 최고 30프레임까지만 지원한다. 그래도 명색이 FPS 게임인 만큼 프레임을 30까지 낮추기에는 뭔가 불편하다. 최적의 옵션은 결국 1440P에 60프레임. 이 사양으로 플레이하려는 게이머라면 'GTX 3070'이상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2021년' '유비소프트' '파크라이'를 모두 담은 게임인 만큼 현존 최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한다. 

'파크라이'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FPS 총게임이다. 이번에도 수많은 총기를 사용해 볼 수 있고, 업그레이와 관련된 콘텐츠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레솔베르'다. '레솔베르'는 수제로 만든 무기다.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주변의 도구, 잡동사니와 폐품, 재활용품 같은 버려진 자원을 모아서 '게릴라스러운' 무기로 만든 것이다. '이게 이렇게 사용되나?' 생각이 드는 무기들도 있는데, 허접해 보이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성능은 확실하다.

 

일종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장비는 '수프레모'다. '수프레모'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게이지를 모아야 하지만 적을 제압하는 위력은 확실하다. 적을 최대한 많이 처치한다면 게이지가 더 빠르게 차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공격 형태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화끈하게 화력 지원에 이용할 수도 있고, 독가스를 살포해 적들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적 거점의 전자기기와 탈것을 무력화 시기키는 EMP나 치유를 위한 스모그도 방출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다나'가 되어 '야라'의 각 지역에 있는 게릴라를 도와 독재자 세력 'FND'에 대항해야 한다. 아쉽지만 게임의 진행은 '유비소프트'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방식, 대기업의 맛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아 또 유비식'이라며 실망할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여전히 주변에 흩뿌려진 서브 퀘스트와 각종 수집품으로 가득하다. 지금까지 '유비소프트' 프렌차이즈가 보여준 오픈 월드의 배경만 달라졌을 뿐이지 그 내용이나 플레이 방식은 비슷하다.

 

그동안 다른 게임에서 '독수리'와 '드론' 'RC카' 를 사용했다면, 이번 '파크라이 6'는 대놓고 스마트폰이다. 해결해야 하는 지역 주변의 높은 지대에 올라가 적들을 마킹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적들의 유형을 확인하고 경보기와 CCTV의 위치, 고가치 표적 등을 확인하면 미니맵에 적의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된다. 

 

퀘스트 지역에는 항상 '작업대'가 있으니, 퀘스트 해결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들어갈 수 있다. 의도한 바는 '적들의 유형에 맞춰 장비를 고르고 파츠를 설정하는 것' 이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각잡으면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유비소프트식'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 그냥 적들에게 어그로를 한번 끌어주고 지역 밖에서 적들을 하나씩 제거해도 상관은 없다. 

 

내가 플레이할 때는 스스로 임무를 하나씩 부여했다. 게릴라답지 않게 주로 적에게 들키지 않는 '잠입' 미션이었다. 이렇게 '진심'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나 도전과제 같은 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게이머가 직접 도전과제를 정하고 직접 동기부여 할만한 플레이를 해야한다.

'파크라이 6'의 장단점은 확실하다. 둘 다 '유비소프트'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유비소프트'식의 오픈 월드 게임이 보여준 그 모습,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담겨 있다.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반가움을 느끼는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참기 힘든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바뀌는 거 하나도 없네' 이런 생각이 드는 게임이다. 

 

그나마 '안톤 카스티요'라는 캐릭터, '게릴라'와 '혁명 투쟁' 이라는 주제, 후덥지근한 남미의 풍경에는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 외에 나머지의 게임 시스템이나 콘텐츠, 플레이 방식은 '유비소프트의 파크라이'라는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게이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고 아주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어쨌든 '유비소프트'고 '파크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담아낸 뭔가 색다르진 않지만, 보통의 재미. 딱 그 정도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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