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유니버스, 타워 디펜스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 입력 2021.06.18 11:51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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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ree Studio(진쓰리 스튜디오)가 개발한 ‘브로큰 유니버스’는 전통적인 타워 디펜스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한 게임이다. 방어 포인트를 게이머가 직접 지정할 수 있고, 방어벽을 임의로 설치함으로써 적군들의 이동 경로를 변경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킹덤 러시’와 같은 기존 타워 디펜스 장르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면서도 더 복잡한 알고리즘을 선보이기 때문에 확실히 차별화 된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미어캣이나 너구리, 뱀, 가오리, 상어 등 저작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디자인을 선택했기 때문에 진지한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발진은 카툰풍 그래픽이라고 소개는 했지만, 캐릭터들 대부분이 제과 봉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디자인이라서 딱히 눈에 띄는 점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인상적인 기억이 없었고, 매 게임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이 바로 난이도인데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들 외에도 각종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게임 시작부터 그야말로 ‘떼거리’로 동원되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좀 빡센 면이 있다. 이런 면이 여느 게이머에게는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부당하다는 느낌도 들어서 플레이 자체가 께름칙할 수가 있다. 하지만 개발진이 난이도 조절에 꽤 신경쓴 부분이 엿보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스타십 트루퍼스’ 속에 등장하는 대형 벌레들의 습격이 떠오를 정도로 두렵기까지 한데, 끝내 클리어하면서 오는 성취감이 괜찮은 편이다. 어렵다고 느낀 스테이지들이 하나 같이 급박하게 마무리된 경우가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개발진의 반복적인 테스트가 없었다면 이런 결말이 자주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 매체에서는 타워 디펜스 장르의 ‘매운 맛’이라고 적었는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그만큼 이 게임은 시작부터 아주 정신이 없다.

이 게임이 기존 타워 디펜스 장르와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방어 포인트와 방어벽을 임의로 설치한다는 것이다. 방어 포인트는 게이머가 제한 시간 안에 지켜야 할 우주선으로 착륙 지점으로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각 스테이지마다 미션을 완수하려면 해당 우주선이 제한 시간 안에 머물러야 하고, 적군들의 공격을 버텨야 한다. 여기서 잊지 않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타워 디펜스 장르들은 적군들이 방어 포인트를 지나치지 않게 막는 것이었지만, 이 게임은 제한 시간 안에 우주선이 파괴되지만 않으면 된다. 제한 시간 안에만 우주선이 살아남으면 바로 탈출을 하거나 모든 적군들이 파괴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주선만 살아 남으면 된다.

그런데 이 게임이 ‘매운 맛’이 세다 보니 이런 단순한 규칙을 가끔 잊어 버리곤 한다. 철저하게 막아 놓은 방어벽이 파괴되거나, 그 뒤를 든든히 지켜 줄 것만 같았던 타워들까지 산산조각 나 버리면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춰 버릴 수도 있다. 워낙 적군들의 공격이 거세다 보니 좌절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플레이하다 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은 제한 시간이 끝날 즈음에는 공격이 더욱 거칠어져서 모든 적군들을 깨끗이 쓸어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어려운 스테이지에서는 중요한 타워들이 부서진 자리에 곧바로 방어벽을 설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방어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석재 방벽과 중반부터 사용할 수 있는 자기장 방벽이다. 철창 방벽과 덩굴 방벽도 있지만, 보호막과 공격까지 가능한 자기장 방벽이 주 방어벽이 된다. 석재 방벽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적군들의 이동 경로를 변경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네 갈래 길이 있다고 쳤을 때 중간중간 석재 방벽을 설치함으로써 적군들이 되도록 우회해서 오게 만드는 것이다. 뻥 뚫린 벽들을 꼬불꼬불하게 개조해서 되도록 적군들이 뭉치지 않게 만들고, 트랩이나 타워를 중간에 활용해서 미리 대미지를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이러한 장점을 활용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이 게임은 적군들의 공격이 처음부터 거칠게 이어지기 때문에 석재 방벽으로 길을 만들어 낼 여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석재 방벽은 조금이나마 적군들의 길을 차단하는 역할만 했을 뿐, ‘킹덤 러시’처럼 곡선 모양의 길을 만들어서 생산적인 공격을 퍼붓는 일은 없었다.

착륙 지점을 지정하는 것도 ‘전략’과는 꽤 거리가 멀었다. 어디를 선택하든 ‘리스폰’이 가깝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적군들의 공격에 바로 대응해야 살아남는다. 어떻게든 우주선 주변을 방벽으로 먼저 감싸고, 재빨리 타워를 건설해 막아야 하는 것이다. 게임 중반을 넘기면 초반부터 이런 상식적인 패턴조차 먹히지 않아서, 바로 ‘정밀 조준포’와 같은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정밀 조준포’는 5X5 범위에 100 물리 대미지를 주는데 ‘강화’를 지속적으로 해 주면 범위 안에 있는 적군들을 모조리 몰살시킬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대부분 착륙 지점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서 타워를 건설할 여지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3X3이나 4X4 범위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야말로 구석진 곳에서 흠씬 두들겨 맞다가 도망치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뿌듯함보다는 피로감이 쌓이는 것 같아 장시간 플레이가 힘들 수 있다.

또 하나, 게이머를 피로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면 쉬워 보이는 적군들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게임도 새로운 타워를 개발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쉽게 물러나는 법이 없다. 특히 대형 몬스터 한 마리라도 나타나면 방벽이 부서지기 전에 제발 죽어 달라고 빌어야 할 지경이다. 대형 몬스터에게 특별히 대미지를 주는 타워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체감하기는 힘들다. 그 뒤를 받쳐주는 적군들이 우글우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스킬을 활용해서 위기를 돌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복구 스테이지’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 한 것이 아쉽다. 크리스털 조각들을 복구하는 일부 스테이지들이 있었는데 완료만 하면 적군들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 조각들을 모두 복구하면 거대한 크리스털이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데 대형 몬스터들까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런 ‘복구 스테이지’를 좀 더 빨리 등장시키거나 중간중간에 활용했더라면 피로감이 좀 덜했을 것이다. 이 게임은 내내 최대한 납작 엎드려 있다가 도망치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 면에서 밸런스 조절이 아쉬웠고, ‘복구 스테이지’가 뒤늦게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아했다.

개인적으로는 ‘복구 스테이지’처럼 다양한 규칙을 중간중간에 섞어서 피로감을 줄이게 하고, 방어벽의 활용을 더 늘리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워낙 방어에만 치우쳐 있어서 흐름이 너무 느슨하고, 질리는 면이 있다. 방어벽을 중간중간에 설치해서 적군들을 멀리서 돌아오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일부 캐릭터는 방어벽을 파괴하고, 스테이지가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전략’을 논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게임 스피드도 0.5배속을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노멀인 1배속도 너무 빨라서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이 게임은 매우 어려웠고, 힘든 면이 있었지만, ‘얼리 엑세스’ 기간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희망적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단점들은 분명히 피드백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시도한 시스템들이 하나같이 아이디어가 좋은 편이다. 특히 드론이 타워와 방벽을 건설하고, 수리까지 도맡는 시스템도 괜찮은 선택이다. 처음부터 드론의 수에 제약을 걸어놓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늘리게 해 놓은 것도 나쁘지 않다. 드론의 수가 많아질수록 방어에 유리한데 이 드론을 늘리는 것도 비용이 든다. 이처럼 게임은 좋은 소재와 아이디어가 충분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각 스테이지를 조금 더 아기자기하게 수정하고 개선한다면 타워 디펜스 장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진쓰리 스튜디오 개발진의 장래가 꽤 밝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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