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갓겜은 종이 한 장 차이! Papetura 페이프투라의 예술 세계로 오십시오! (PC/스팀)

  • 입력 2021.05.13 12:54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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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꼭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CG가 빛의 속도로 발달하는 영화 제작 환경에서 굳이 실제 찰흙을 빚고 있고, 심지어는 수천 수 만장의 사진을 찍어 굳이 굳이 힘들게 영화로 제작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혹은 스턴트 배역이나, CG의 도움으로 굳이 그렇게 위험하게 찍을 필요가 없는데도 몸을 단련까지 해 가며 극도로 위험한 진짜 스턴트 액션을 스스로 찍는 괴짜 배우들. 디지털 고화질 카메라가 보급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아날로그 필름과 6mm 카메라를 좋아하는 감독들. 혹은 디지털 아트로 처리해도 될 그래픽을 굳이 옛날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재현해 만든 게임 등이요!

 

발달 된 기술이 있다고 해서 꼭 그 기술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무언가가 예술의 영역으로 진입하려 할 땐 더욱더 그렇죠!

 

극도의 비효율과 재래식 방식, 하지만 그 작업을 해야만 맛이 살아난다는 이유로 어려운 작업을 하는 창작자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이번에 나온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이로 빚어낸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어드벤쳐, 페이프투라Papetura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아트가 그야말로 아트,

페이프투라 Papetura의 그래픽!

 

페이프투라 Papetura의 트레일러는 굉장히 뜬금없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이 종이를 자르고 매만지기를 반복합니다. 스케치하고, 뼈대를 세우고, 다시 종이를 잘라내는 끝도 없어 보이는 노동이 빠른 속도로 반복됩니다. 어느새 도면에서 종이 공예품으로 가공된 종이 작품은 3D 스캐너 같은 것에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게임속의 맵으로 옮겨지고, 그 위에서 종이 주인공이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페이프투라의 가장 강한 정체성은 바로 게임의 아트, 그래픽 그 자체입니다. 게임의 장르적 장치 역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퍼즐 게임으로, 한 가지 맵의 모양새를 충분히 관찰하고 즐길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비록 그래픽 아트에 신경을 쓴 게임은 수도 없이 많지만, 페이프투라를 하다 보면 게임 자체가 일종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미술 전시관처럼 느껴집니다. 빛과 종이로 이루어진 아트는 음울하고 외로운 느낌에서부터 시원하고 경쾌한 리듬감, 압도적인 악의 존재부터 선하고 사랑스러운 귀여운 친구들까지 폭넓게 전부 표현해냅니다.

 

어드벤쳐 장르란 이름이 아깝지 않게 매 챕터 새로운 테마의 맵들은, 그 의미 자체로 전혀 새로운 테마를 가진 종이 예술작품들의 감상으로 이어집니다. 시원한 느낌이 드는 지하에서부터 불모의 땅 느낌이 드는 불타는 공간, 물과 괴수로 차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까지 페이프투라는 그야말로 여행하는 재미가 나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는 내내 눈이 즐겁다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호감 가는 게임에도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의 구매를 확정 짓기 전에 꼭 알아야만 하는 줄기찬 단점들이 다음 문단부터 이어집니다!

 

 

 

 

 

Papetura 페이프투라 자체의 언어를 배워야.

진행방식 익숙하지 않다면 오히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어떠한 언어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장점은 이 세상 모든 언어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페이프투라에서 사용되는 공용어는 손짓과 발짓,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된 상형 문자입니다. 일렬의 퀘스트도 그림으로 모두 묘사되고, 소통 방식도 그림이며, NPC들의 손짓과 표정을 보고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 먹어야 합니다.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진 않고, 차분히 보면 이해가 갈법한 수준의 내용이나, 이러한 장난 같은 그림 대화 속에 게임의 스테이지 자체에 대한 해답들이 담겨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괜한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도대체 어떻게 깨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게임의 초반부를 무진 애를 쓰며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하지만 주어지는 그림 문자들을 보며 어떤 식의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면 사실은 굉장히 쉬운 기믹들로만 구성된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 내 퍼즐 요소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유는, 스테이지마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큽니다. 예를 들어 보통 게임의 경우, 한 가지 기믹이 등장하면 해당 기믹을 몇 스테이지 연속해서 사용하며 차근차근히 다른 기믹들이 추가되는 반면, 페이프투라는 한 스테이지와 그다음 스테이지의 기믹이 거의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구나라고 판단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만 나아갈 수 있기에 당황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울 때도 방법은 있습니다. 초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힌트 버튼이 생기는데, 언제든 마우스를 위쪽으로 올려 오른쪽의 물음표 버튼을 누르면 힌트가 제공됩니다. 다만 조금 특이한 것이 힌트를 얻기 위해선 자그마한 파리들을 잡아먹는 미니게임을 성공시켜야만 하는데, 이것이 어려운 퍼즐의 힌트일수록 미니게임 역시 난도가 높아져 힌트를 얻기 힘들게 만듭니다. 단순히 힌트를 무상제공받아 일사천리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 보다, 힌트를 얻는 과정 역시 약간의 고난을 준 것이 전 재미요소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을 익히고 나면 상당히 쉽게 엔딩까지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 단점이 아직도 하나 남아있습니다. 그 단점은 다음 문단에서 진행됩니다!

 

 

 

 

 

1시간 남짓의 플레이 타임.

비싼 게임은 아니지만, 감안은 해 봐야.

 

전 체험의 값어치가 높은 게임들은 꼭 플레이타임이란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간감의 속임수를 절묘한 퍼즐게임으로 승화시킨 슈퍼리미널의 경우 플레이타임이 길진 않고, 반나절 정도면 모든 요소를 즐기기 충분한 짧은 게임이지만 게임을 클리어했을 때의 만족감은 2만 원이란 가격을 충분히 값어치 있게 느낄 만큼의 볼륨과 감정적 경험들,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와 감동까지 소소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Papetura 역시 상당히 훌륭한 게임이긴 하나, 제 경우엔 상당히 느긋하게 플레이해서 2시간 만에 엔딩을 보았고, 준비된 도전 과제도 모두 클리어 된 거로 보아 다회차 클리어 요소는 없는 게임 같습니다. 좋은 게임인 것 같긴 하지만, 짧게 클리어할 경우 1시간 내외에 모든 볼륨이 끝나는 것이 게임계의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1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나면 더이상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게이머들이 평소 즐기는 게임에 대한 감각이 채 충족되기 전에 끝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도 깔끔하게 끝이 나기에 무언가 덜 끝난 듯 찜찜한 느낌은 아니지만, 마음먹고 라지사이즈 피자를 시켰는데 아주 맛있는 피자가 반 판만 배달되어 온 듯한 묘한 감각은 내가 사서 하는 것은 모를까, 남에게 추천하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느낌입니다.

 

 

 

 

마무리,

papetura의 가치는 릴랙싱이다.

 

페이프투라는 수려한 핸드메이드 종이 공예 게임 아트, 간단하지만 어둠과 희생, 용기의 전투가 담긴 깔끔한 스토리. 재치있고 다양한 방식의 기믹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훌륭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하지만 반면 게임 난이도의 설계가 모호하게 되어있고, 절묘하고도 어려우며 푸는 쾌감이 있는 퍼즐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정도로 쉬울 것이며, 결정적으로 만 원대 (스팀 가격 한화 12,500, 런칭할인가 11,250)의 가격을 고려해도 짧다고 느껴지는 1~2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이 딱 1시간 정도의 볼륨만 더 가지고 있었어도 마음껏 추천했을 텐데 아쉬운 느낌입니다.

 

 

게임의 리뷰를 거의 다 써 갈 무렵 다시 한번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해당 게임 정보를 확인해 보았는데, 제품의 인기 태그 중 릴랙싱이라는 태그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게임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릴랙싱입니다.

게임내의 상황은 악인에게 쫓기거나, 위험해지거나, 절체절명의 순간들도 섞여 있으나 게임을 하는 거의 내내 제 기분은 명상이라도 하듯 아주 편안했습니다.

어딜가도 아름다운 아트들과 불빛이 제 눈을 즐겁게 해 주었고, 타이밍에 맞춰서 나오는 잔잔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묘하게 느릿느릿한 주인공이나 NPC들의 움직임 역시 더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N 회차 요소가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평화로운 분위기와 여유 있는 감각이 그리워 언젠가 N 회차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게임입니다.

 

평안한 게임을 원하시는 분, 일상의 스트레스를 명상으로 잠재우고 싶으신 분, 종이 아트 게임이 어떤 것인지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다만, 역시 짧은 볼륨대비 가격이 불안하다면 찜 목록에 남겨두었다가 40% 이상의 큰 폭의 할인을 할 때쯤 경험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갓겜은 종이 한 장 차이! Papetura 페이프투라의 예술 세계로 오십시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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