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1인 개발사가 만든 혜자스러운 퍼즐 플랫포머, 다크워터 슬라임 인베이더 리뷰

  • 입력 2021.04.08 12:58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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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은 통상 그래픽이나 스토리, 분량 등 여러 부분에서 다소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계의 현실이다. 때문에 인디게임은 성공하기 어렵다. 수없이 많은 인디게임들이 개발되고 사라지지만 그 중에 상업적으로나 게임성 면에서 성공하여 화제가 되는 게임은 아주 드물다. 당장 독자들의 뇌리를 스쳐가는 인디게임 성공작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 게임들이 있기 전에 무수히 많은 실패작들과 외면받은 게임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디게임이 고도의 게임성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개발비용과 인원의 문제다. 보통 몇 십명, 몇 백명이 모여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가는 대형 게임사에 비해 인디게임은 한 두명의 인원이 기나긴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기 마련이다. 개발인원이 적기 때문에 그래픽이나 게임성, 혹은 버그 같은 부분에서 일정부분 타협을 하는 요소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특징 덕에 인디게임은 AAA 게임이라는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홀로, 혹은 적은 인원이 옹기종기 똘똘 뭉쳐서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기에 인디게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게임 역시 마찬가지. 한 사람의 개발자가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각종 펀딩을 시도하며 만들어낸 게임, 다크워터 : 슬라임 인베이더다. 318일 출시된 게임으로 출시 전에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그 게임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게임이다. 스팀과 스위치로 출시되었으나, 스위치는 한국 E샵에 판매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직관적이고 간단한 스토리. 어설픈 스토리보다 훨씬 깔끔

스토리가 굉장히 직관적인데, 이해가 전혀 어렵지 않다. 컷신이나 인트로 영상에 과한 투자를 하기 힘든 인디게임의 바람직한 스토리라고 해야할까. 이런 식으로만 스토리를 구성해도 스토리 때문에 까일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간략하고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평화로운 마을에 파란색 슬라임들이 쳐들어오게 되고, 활을 든 손녀와 가방을 든 할머니가 슬라임들의 침입을 피해 달아나는 이야기다. 게임의 이름을 그대로 스토리로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직관적인 스토리였다. 당연히 파고 들어가면 이해 불가능한 디테일은 있다. 대체 이 둘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열심히 도망가도 모자란 판국에 왜 따로 행동하는가. 마구 도망만 가는 게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이 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스토리 설명에 이모티콘이나 감정표현 외에 다른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인 만큼, 한글을 지원하고 있지만 스토리에서는 언어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그림으로만 상황을 설명하고 있기에 의미가 없다. 파스텔 풍으로 그려지는 그림이 이야기하는 스토리는 앞에서 말했듯 굉장히 직관적이기에 이해를 못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스테이지를 하나 진행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림도 칭찬하고 싶다. 매 스테이지의 스토리 내용을 한 컷에 담아내고 있는데, 이 그림이 굉장히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보는 맛이 있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관으로 게이머를 아예 그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명작의 몰입도와는 다른 재미를 준다. 내가 아는 친한 친구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할머니의 뻘짓에 화내면서도 끝까지 둘이 함께하는 소녀와 할머니의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퍼즐과 액션의 재미를 한 곳에

다크워터는 전형적인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이다. 등장하는 슬라임들을 처치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막혀있는 길은 퍼즐을 풀어서 진행하면 된다. 퍼즐에서는 트라인 시리즈가 많이 생각나는 게임인데,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전투에서는 오리와 도깨비불이 언뜻 언뜻 보이기도 한다. 게이머는 빨간 머리 소녀를 조작하게 되는데 주요 무기는 활이다. 활을 쏴서 슬라임을 무찌르면 되고, 활로 기관장치를 작동시키기도 한다. 화살이 있는 건 아니고 충전식이라 연사로 소비하면 조금의 충전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퍼즐과 적은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강력하고 복잡해 지는데, 그에 따라 소녀의 능력치 역시 육성할 수 있다. 진행을 하는 과정에 책처럼 생긴 아이템을 먹으면 새로운 특성이 해금되기도 하고, 아예 진행을 하기 위한 특정 능력을 동상에서 깨닫기도 한다. 공중 점프나 모아쏘기 등은 진행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 자연스레 얻어지지만, 화살의 데미지, 체력, 충전속도 등은 특성을 해금하고 장착을 해줘야 한다.

퍼즐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스테이지 끝에는 닫혀있는 문이 있고,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커다란 별이 소모된다. ,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맵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별을 수집해야 한다는 뜻이다. 별은 숨겨져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꼼꼼히 살펴서 나아가다보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의 퍼즐 끝에 위치해 있다. 주구장창 등장하는 메인빌런, 슬라임도 있다. 슬라임은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빠르지만 체력이 약한 놈, 방패를 든 놈, 모아 쏘기로만 죽일 수 있는 놈. 여러 개체가 등장한다. 슬라임 역시 퍼즐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로 어려운 녀석들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다.

친근한 서포터, 할머니와의 동행

이 게임만의 가장 큰 특징을 살펴보자면 아마 할머니의 존재일 것이다. 할머니가 존재함으로 인해 간단한 퍼즐도 다양성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소녀는 할머니가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뚫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정면에 기관장치로 된 벽이 있다고 치자. 소녀는 이단 점프를 통해 위쪽으로 뛰어 넘어갈 수 있지만, 할머니는 뛸 수가 없기에 이 벽을 해결할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할머니는 자잘한 가시나 조그마한 장애물은 뛰어넘지만, 조금만 높거나 큰 장애물이 있으면 밟고 올라갈 지지대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무작정 소녀를 따라오지만, 버튼으로 할머니를 한 자리에 그대로 놔둘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주구장창 방해만 되는 건 아니다. 소녀 혼자 움직이기 힘든 장애물은 할머니가 꼭 필요하며, 독 안개가 가득찬 통로 역시 할머니가 초반에 구하러 가자고 고집한 아이템으로 걷어낼 수 있다. 진행에 민폐만 끼치는 캐릭터가 아니라 소녀와 함께 상호 도움을 주며 나아가는 동료나 서포트 캐릭터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타격감, 그래픽. 모두 나쁘지 않다.

통상 1인 개발사가 만든 인디게임은 그래픽이나 연출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다크워터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깔끔한 그래픽과 독특한 연출, 부드러운 캐릭터 움직임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수준급으로 구현해 뒀다. 특히 필자가 인상적이었던 건 캐릭터의 부드럽고 유려한 움직임이다. 오리와 도깨비불에서 느꼈던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움직임들이 아주 맘에 들었다. 굳이 화려한 연출이나 조작 없이, 오직 더블 점프 하나만으로도 조작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전투 연출이나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화살을 쏘는 단순한 액션 하나뿐이지만 이를 활용한 액션은 꽤 다양하고 통쾌했다. 공중에서 기를 모아 화살을 쏘기도 하고, 순간이동 화살로 먼 거리를 한 번에 움직일 수도 있다. 적의 뒤를 치기 위해 더블점프로 넘어가서 화살을 날리기도 하는 등, 화살 하나에서 파생된 액션이 굉장히 많았다. 맞을 때의 임팩트나 타격감도 좋아서 단순 액션 게임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이었다.

1인 개발사가 만들었다기에 아주 높은 완성도. 액션, 퍼즐을 좋아한다면 추천!

그래픽, 효과음, 연출 모두 1인 개발사라고 믿기 힘들만큼의 디테일과 재미를 갖추고 있다. 퍼즐과 액션의 난이도도 아주 적당한 수준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퍼즐 플랫포머를 그리 즐기지 않는 필자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즐겼으니, 호불호도 그리 크지 않은 게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1인 개발자가 이 정도 수준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볼륨도 적은 편은 아니라 최소 10시간 이상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오리와 도깨비불, 트라인 시리즈와 유사하며 가격도 만 원 중반대로 나쁘지 않으니 할만한 게임을 찾는 이들은 도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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