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야가(Yaga), 루마니아에서 건너온 액션 RPG… 신나는 사운드 트랙은 덤

  • 입력 2021.01.19 14:20
  • 수정 2021.01.19 15:04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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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야가(Yaga)>는 억세게 운이 나쁜 대장장이 ‘이반’의 이야기다. 그저 소처럼 일한 죄밖에 없는 그는 식인 마녀 ‘리호’에게 왼팔을 잃은 것도 모자라 국왕 ‘차르’에게 찍혀서 불가능한 임무까지 해내야 한다. 국왕 차르는 ‘바바 야가’라는 마녀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은 탓에 끔찍한 저주를 받았다. 최고로 불운한 인간이 이 제국에 있는 한 국왕은 파멸할 것이며,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가는 차르의 제국이 모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차르는 수소문한 끝에 최고로 불운하다는 대장장이 이반을 찾아내고, 제국에 두지 않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한다. 마녀의 예언대로 그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생 동안 제국 밖으로 몰아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신화의 영웅처럼 이반은 그 불가능한 임무를 기적적으로 성공하게 되고, 더욱더 불안해진 차르는 계속해서 새로운 임무를 주면서 제국으로부터 더 멀리 보내려 한다. 차르를 파멸로 몰아가려 했던 바바 야가는 어쩔 수 없이 이 운 나쁜 대장장이의 조력자가 되기로 한다.

루마니아에서 건너온 이 생경한 이야기는 성우들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와 더불어 그들만의 독특한 민요까지 부가되었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레벨 디자인과 박력 없어 보이는 물리 충돌 구현이 아쉽지만, 게이머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이끄는 챕터들이 다수 마련되어 있다.

이 게임은 이반의 ‘성격’이 중심 고리로 작용한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이반의 다양한 성격이 누적이 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저 돈만 아는 이기적인 대장장이 되거나, 정의로운 사도가 될 수도 있으며,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로 남을 수도 있다. 이렇게 엄격하게 성격을 분류한 이유는 이반에게 ‘불운’이라는 것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NPC에게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대답을 하면 불운 게이지가 차오르면서 왼팔을 빼앗아갔던 리호가 나타나 이반의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장비한 무기를 파괴하거나, 축복을 제거하는 등 이반의 모험을 방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운 게이지가 차오르면 공격력이 올라가면서 버프를 받는 특징도 있다.

다만 게임의 메커니즘은 단순한 편이다. 성격이 분류되고, 멀티 엔딩 요소도 존재하지만, 혼란스럽거나 고심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성격 외에도 특정 아이템으로 인해 불운 게이지가 차오르기 때문에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장애물이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도 없다. 클로버 아이템을 씹으면 바로 불운 게이지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아예 게임이 끝날 때까지 리호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불운 게이지는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게임 내내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아쉽게도 이 게임의 단점은 전투 시스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형은 디아블로식의 액션 RPG로 보이지만, 그보다 더 단순하고, 성가신 편이다. 이반은 기본 공격으로 망치를 사용하고, 수레바퀴를 방패 수단으로 쓰는데 이후에 낫, 곰의 발톱, 갈고리 등 상황에 맞춰 여러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 망치를 개조해서 번개를 치게 할 수 있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등 적들에게 더 큰 대미지를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일련의 이러한 과정이 매끄럽지 못 하다는 점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아이템을 장착해서 필요하면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스탯 메뉴에 들어가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장착 메뉴가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 해피엔딩까지 본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사실 아이템이나 무기를 급하게 전환해서 쓰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내 기억에는 없었고, 오히려 무의미한 동작이 많았다. 이반은 망치를 부메랑처럼 던져서 두 번 가격하는 식으로 싸우는데 충돌 구현이 의외로 야박해서 힘만 빼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옵션 설정에서 자동 타깃을 최고로 높이면 기존보다 수고를 덜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난감한 부분이었다.

단순한 레벨 디자인 역시 게임의 방해 요소로 남았다. 게임의 각 스테이지는 그리 넓지 않은 지도 안에서 전개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처럼 승리할 때까지 그 안에 갇히게 된다. 지도 안에는 또다른 사이드 퀘스트도 있고, ‘빠른 이동’이 가능한 지점도 있어서 이반의 현재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측 상단 모서리에 미니맵이 있고, 화면을 크게 키울 수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이 게임은 이반의 빠른 이동을 방해하려는 측면이 있다. 이 게임의 빠른 이동 지점은 ‘화덕’으로 묘사를 해 놨는데 지나쳤던 다른 화덕을 지정하면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보너스로 화덕에서 빵을 얻어먹기도 한다. 그런데 지도상에서 화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나무나 바위 등을 기억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게임의 전개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 역시 개인적으로는 난감한 경우였다.

하지만 이 루마니아산 게임은 꽤 신선한 콘텐츠로 기억될 것이다. 게임 내내 들리는 루마니아 민요는 기상이 넘치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뒤섞여 있다. 게임 초반에 흘러나왔던 서너 개의 사운드 트랙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입에 착 달라붙어 떼어내기 힘들 정도였다.

전투 시스템은 심심하지만, 개발진은 이반의 성격만큼은 꽤 공을 들였다. 이반이 정의로운 남자가 되든, 돈키호테처럼 풍자 캐릭터가 되든 게임의 결말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유머와 풍자는 예상 밖이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우물 앞에서 그물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바보처럼 말을 걸 수도 있고, 껍질을 벗겨가는 어떤 존재 때문에 괴롭다는 고목을 향해 “저도 벗겨 드릴까?”라면서 엽기적인 대답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정의로운 이반은 심심한 구석이 있다. 되도록 바보처럼 반응을 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면 NPC에게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반은 돈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보상만 해준다면 위협적인 보스도 그냥 살려서 보내주기도 한다. 이러한 분기점은 일관되기 때문에 게이머가 작정만 한다면 이 불운한 대장장이의 이야기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

겪어 보지 못 한 새로운 이야기와 생소한 사운드 트랙은 게임 초반의 흐름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을 곳곳을 어느 정도 누비고 나면 게임의 전개 패턴이 익숙해지고, 목적이 명확해지면서 몰입감도 높아졌다. 이반은 최고로 불운한 남자답지 않게 팔다리를 흥겹게 흔들면서 걷는데 여타 게임의 2D 도트 그래픽과 비교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특히 성우들의 풀 더빙과 목소리 연기는 매우 뛰어난 편이라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게임은 결론적으로 엉뚱한 매력이 있다. 괜찮은 액션 RPG지만, 루마니아에서 건너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별한 장점은 없다. 탐험할수록 이 게임의 세계관이 희한해 보이고,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지만, 플레이타임이 늘어날수록 눈에 띄는 부분이 점점 없어져 간다는 점이 아쉽다.

게임 플레이타임은 6시간 전후로 짧은 편이다. 멀티 엔딩이 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도전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이반의 감당할 수 없는 유쾌한 성격과 슬라브 신화의 세계가 겹쳐 보이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반이 더욱더 우스꽝스러운 일을 당하도록 작정하고 플레이하면 나름대로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반의 대답에 따라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것도 확실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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