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듬 타는 다크소울! INFERNAL RADIATION (PC, 스팀)

  • 입력 2021.01.04 13:29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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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개발진에서 만든 좀 특이한 인디 게임이 스팀에 등장했습니다이름은 지옥의 방사선? 복사열? (INFERNAL RADIATION) 쯤 되겠네요.

이 게임의 배경은 자못 어둡습니다. 트레일러만 봐도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을 상대해야 하고, 주인공 역시 그다지 밝은 모습의 캐릭터는 아니네요. 역병 의사 가면을 쓰고 있는 조금 이상한 사제 (Priest)가 악마들과 싸우는 게임입니다게임은 겉보기와 설명란의 설명들, 그리고 트레일러를 보자면 자못 어두운 공포 계열의 게임이 아닌가 싶은데, 막상 해 보면 의외로 다크 판타지 분위기의. 리듬 게임입니다!

물론 정통적 장르적 의미의 리듬 게임은 아닙니다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무언가 리듬 게임다운 감상이 있습니다. 굳이 비슷한 계열을 찾자면 이전에 리듬 게임과 로그라이크 게임의 혼종으로 등장했던 네크로 댄서 (Crypt of the NecorDancer)랑 비슷한 느낌의 게임입니다. 비슷한 시스템이나 아트 같은 것은 없는데, 무언가 비슷해요! 게임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게 되거든요!

그럼 뭐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운, 결과적으론 리듬 게임은 아니고 리듬 타는 다크소울이라는 평이 정말로 적절해지는 이 게임 INFERNAL RADIATION, 전격 해부해 봅시다!

 

 

 

 

둠칫 두둠칫,

리듬을 지배하는 자 전투를 지배한다!

 

전쟁이나 전투에는 기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번 기세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그쪽으로 판세가 기운다는 의미지요. 그런데 이 게임 INFERNAL RADIATION에선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정말로 그렇습니다!

우선 주인공의 퇴마 과정은 이렇습니다. 넓은 게임의 맵 곳곳에 숨어있는 보스들을 찾아갑니다. 가는 길목이나 등등에는 잡스러운 몬스터가 전혀 없고, 오로지 보스 몬스터와의 일전들만으로 꽉 차 있기에 필요 없는 소모전이 없는 점도 시원하긴 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보스와는 RPG에서의 전투라기보다는 마치 카우보이들의 정오 결투 같은 1:1 대결을 펼칩니다. 매 순간 주인공은 공격과 방어 중 하나를 정해야 하는데, 보스들이 쏟아내는 탄막을 방어에 성공하면 탄막이 보스에게 되돌아져 튕겨감과 동시에 적의 마나를 깎아내립니다. 계속해서 마나를 깎아내리면 보스가 큰 공격을 쓸 수 없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승리의 초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어든 공격이든 매우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예전 SRPG의 그것처럼 주인공은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행동 턴을 획득합니다. 이때 캐릭터의 테두리가 녹색으로 빛이 납니다.

바로 이 녹색으로 빛나는 순간에만 공격 혹은 방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만약에 캐릭터가 녹색으로 빛나지 않을 때 공격이나 방어를 하게 되면 패널티 사운드와 함께 화면이 붉게 빛나고, 캐릭터가 굳어서 잠시간 행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리듬감 있는 전투의 초석이 됩니다!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패턴의 파악이 우선입니다!  /김성모 작가의 만화 中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패턴의 파악이 우선입니다! /김성모 작가의 만화 中

보스를 이기기 위해선 보스가 쏘아대는 탄막 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해야 합니다. 막아야 하는 순간에 막아주고, 빈틈에 공격을 들어가서 콤보 수를 올리기 시작하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각종 트랜스(콤보) 시스템과 부적 시스템의 연동으로 완벽한 방어와 공격만 번갈아서 하게 되면 캐릭터의 스펙을 훨씬 뛰어넘는 성능으로 보스를 사냥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한 번 보스에게 맞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게임오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보스에게 맞았단 사실에 당황해서 맞지 않는 타이밍에 방어나 공격 버튼을 누르게 되고, 그것 때문에 캐릭터가 굳어버리고, 연속해서 또다시 보스에게 공격을 맞게 되고, 또 당황해서 잘못된 타이밍에 공격이나 방어를 하는 게 반복되다 보면 순식간에 게임오버 되어버리거든요!

, 패턴을 파악하고 공격과 방어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 만이 필승법입니다!

이 전투의 과정은 상당해 재미있습니다. 사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전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퀄리티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스들이 쏘아대는 탄막은 일반, 포이즌, 혼돈, 얼음 등 종류가 달라져도 색깔만 바뀝니다. 모든 공격이 색깔 놀이로 이뤄져 있는 것이죠. 가끔씩 발동되는 주인공의 멋진 부적 효과들도 이펙트만 따로 두고 보자면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나쁘진 않지만 2000년대 초반에도 볼 수 있던 수준이죠. 하지만 INFERNAL RADIATION의 전투가 주는 재미는 제가 근래 해본 게임 중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최근에 했고, 하는 중인 게임이 사이버 펑크 2077과 어세신 크리드 발할라인 걸 감안해도 말이죠.

왜냐면 INFERNAL RADIATION의 전투는 굉장히 특이하거든요. 쿵짝, 쿵짝, 리듬을 타며 적을 두드려 패는 게 재미있을뿐더러, 몇 번의 좌절 끝에 간신히 보스를 잡아내면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 나 자신의 컨트롤이 성장한 느낌의 쾌감이 있습니다.

 

이처럼 INFERNAL RADIATION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파트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을 누구에게나 추천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왜냐면 그러기엔 발목을 잡는 요소들이 너무 많거든요. 다음 문단에선 INFERNAL RADIATION이 게임을 절대로 사면 안 될 몇 가지 치명적인 결점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돈되지 못한 느낌의 진행 방식,

후진 스토리 텔링, 크게 유의미하지 않은 자유도와 아이템

 

특히 이 게임에서 가장 답답한 점은 아주 호쾌하고 재밌는 전투를 하고 있음에도, 게임 진행 자체는 그다지 호쾌하지 못한 느낌을 준단 것입니다.

잡졸들 없이 바로 해당 보스들과 싸워나가는 호탕한 방식의 전개를 꾀하고 있지만, 쓸데없이 빙빙 돌아가야 하는 동선과 조잡한 맵들은 한참이나 길을 잃고 서성이게 만듭니다.

이 조잡한 맵에도 어느 정도 패턴(?)이 있기에, 이 게임 자체에 많이 적응하고 나면 오히려 후반부에는 길을 덜 헤메이긴 합니다만, 초반엔 도대체 어디로 가란 소린지 알 수 없어서 한참이나 헤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미나게 보스와의 일전을 치르고 다음 보스를 향해 나아가는데, ? 길이 막혀있네? 저쪽도 막혀있네? 뭐지?? 하는 식으로 한참이나 맵을 헤매다 보면 게임을 향한 열정조차 짜식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보스와의 전투는 재밌고, 다음 보스를 향해 가는 길에 발목을 잡는 잡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길을 헤매느라 게임 진행이 늦춰지면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INFERNAL RADIATION의 스토리 텔링은 최악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캐릭터들 간의 대화문과 부족한 스토리는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쪽지들로 때우는 식인데,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방식이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게임을 할 때 읽을거리들이 게임 내에 놓여 있는 경우 거의 안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여기선 메인 스토리텔링에 관련된 부분이 이렇게 바닥의 쪽지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언급해야 할 문제는 게임 내부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큰 단점 중 하나로 다가왔습니다. 빽빽한 텍스트의 스토리가 영어로만 되어있으니 더욱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스토리가 그다지 중요한 게임까지는 아니지만요!

 

또 상점란 등에서 INFERNAL RADIATION 게임의 개발자 설명 등을 보면 게임을 하는 동안 자유도와 다양한 아이템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둘 다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게임은 직선형 진행 구조라 딱히 자유도라는 것이 의미가 없었고, 다양한 아이템들은 독성 내성을 20% 올려주냐, 50% 올려주냐, 100% 올려주냐 하는 식으로 중복된 옵션들이 많았기에 실질적인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든 아이템을 구매한 가격 그대로 판매 할 수 있어 다양한 조합의 아이템을 써볼 수 있다는 점은 좋긴 했습니다. 다양한 조합으로 적을 상대해보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써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긴 했지만, 게임에서 이 부분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럼 게임의 장/단점을 모두 살펴보았으니 정리를 해 봅시다!

 

 

 

 

마무리

 

INFERNAL RADIATION은 제법 통쾌하고 리듬감 넘치는 특이한 방식의 탄막 반사/ 공격형 전투를 제공해서 손맛이 상당한 다양하고 끔찍한 보스들과의 결투를 제공합니다. 이건 이 게임의 거의 유일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스토리는 내용 자체도 별로고 전달방식은 최악이며, 이해한다고 해도 딱히 보람찬 스토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의 엔딩은 보람차기보다는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최악인 점은 게임의 맵에 적응하기 이전에 많은 시간 게임의 진행 방식, 또는 길 찾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헤매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조잡하게 느껴집니다. 한국 플레이어에 한정해 한글 서비스 공식 제공이나 유저 한글 패치가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초회+클리어 기준으로 4.5 시간 정도이고, 가격은 평시에 10500, 할인 시 4000원대까지 떨어집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리듬감 있는 전투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어려운 컨트롤 요소를 극복하는 소울류 게임을 좋아하는 분께 권할 만합니다.

 

그럼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

전 다음에 뵙겠습니다.

 

 

 

 

키워드
#스팀 #인디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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