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up! z, 원초적인 퍼즐의 쾌감… 도미노의 움장함까지

  • 입력 2020.12.28 10:24
  • 수정 2020.12.28 14:27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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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가 숨겨진 무덤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오래된 고문서나 유적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물론 그 과정에는 약간의 숙제가 주어진다. 단편적으로 들리겠지만, 물의 수위를 높여야 목적지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라라 크로포트는 곳곳에 설치된 수조를 터뜨려 가면서 물을 채워야 한다. 물레방아와 지렛대 원리가 동원되는데 여기에 약간의 트릭까지 가미하면 그럴듯한 퍼즐 요소가 완성된다. 수조 방향으로 폭탄을 던져야 하는데 실내에 물이 가득차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은 다르지만 게임에서는 물 위로 폭탄을 던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힌트가 하나 있다. 근방에 뗏목이 하나 보이고, 라라 크로포트가 유속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재료는 폭탄 효과가 있는 석유통이다. 게임에서는 당연히 스폰(Spawn) 지역에서 석유통이 무한으로 생산되고 있으니 실패할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제 뗏목을 움직여서 타이밍에 맞춰 석유통을 던져준다. 반복적인 일이지만 곧 다가올 성취감 덕분에 짜증나거나 피로하지는 않다. 석유통을 실은 뗏목이 물길을 따라 수조 근처로 왔을 때 권총으로 발사해서 쾅! 게이머는 이제 어깨를 으쓱하면서 마음 편히 메인 미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

<Zup! Z>라는 게임은 위와 같이 AAA(Triple-A)급에서 등장하는 퍼즐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색 공이 초록색 면에 닿는 것이 목표인 이 게임은 빨간색 폭탄을 터뜨리면서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캐주얼한 퍼즐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게임은 마치 역동적인 도미노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니까.

사실 이 게임은 16가지에 달하는 <Zup!> 시리즈 중 하나일 뿐이다. 스팀에서 검색해 보면 번들을 포함해서 각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최초로 시작한 <Zup!>부터 시작해서 2부터 9, 그리고 X, Zero, Zero2, XS, S, F, Z까지 있다. 최신작인 Z까지 해서 시리즈들 모두 단 하나의 규칙만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늘색 공을 초록색 면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보조 격이 되는 노란색 공들이 빨간색 폭탄 옆에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이머가 빨간색 폭탄을 클릭해서 터뜨리면 노란색 공이 튀어나가면서 하늘색 공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규칙이 간단하다고 해서 게임이 결코 심심한 것이 아니다. 회색이나 하얀색 면은 공의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장치로 함정을 제거해주거나 중력에 고장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미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사실 이 게임에서 특별한 지식은 필요없다. 첫 오프닝부터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열 번째 스테이지까지 가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에 녹아들게 된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이라면 여전히 어리둥절할 것이다. 게임 자체가 매우 불친절하기 때문에 하늘색 공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노란색 공들이 하늘색 공을 건드리면서 초록색 면에 같이 도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초반에 매우 어수선해 보일 수 있다.

오프닝 화면을 보더라도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가운데에 보이는 빨간색 폭탄을 클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폭탄이 터진 이후에 일어나는 현상들은 이 게임의 콘셉트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노란색 조각들이 흩어지면서 맨 우측에 있는 하늘색 공을 건드리면 초록색 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스테이지는 클리어한 것이고, 우측 아래에 보이는 도어를 클릭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리셋을 뜻하는 ‘R’은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는 뜻인데 ‘X’ 표기가 되어 있는 각 초록색 면에 위치한 것이 보인다. ‘√’ 표기가 되어 있는 초록색 면과 비교하면 미션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노란색 공이 보여주는 역학 운동은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원리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흥미로운 퍼즐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게임을 완벽히 이해하면서 플레이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스스로도 빨간색 폭탄들을 하나씩 클릭했고, 움직이는 노란색 공들을 잘 관찰했지만, 어쩌다가 클리어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쩔 때는 하늘색 공이 목적지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연출했다가 클리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불쾌하다기보다는 개발진의 얄팍한 의도가 드러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성취감에서 다소 벗어나는 행보로 보일 수 있지만 이 게임은 오리지널 퍼즐을 희화적으로 비틀었기 때문에 꽤 유쾌한 시간이었다.

다만 플레이타임이 무척이나 짧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가격이 1,100원이고 세일에 들어가면 930원에서 770원까지 떨어진다. 이 게임을 방대하게 즐기고 싶다면 당연히 번들(정가는 17,000원이고 세일에 들어가면 11,490원에서 12,800원)로 가야겠지만 퍼즐 게임 특성상 오랫동안 집중하기는 힘들다. 빨간색 폭탄을 먼저 클릭하고 노란색 공들의 행방을 찾아내는 일은 늘 새롭고 신선해 보이지만, 반복되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노란색 공이 움직이는 원리와 여러 장치들을 고려해 보면 놀라운 광경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게이머의 머리에 각인될 만큼 인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서 뜻하지 않게 함정을 제거하기도 하는데 어떤 빨간색 폭탄을 먼저 터뜨리는지에 따라서 싱거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Z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툼 레이더>같은 AAA급 게임의 퍼즐들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두 게임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퍼즐의 구성이나 원리를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 게다가 이 게임은 나름대로 게이머의 순발력을 요하는데 라라 크로포트가 오버랩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스테이지가 중반을 지나면 빨간색 폭탄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복잡해지는데 하늘색 공과 노란색 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노란색 조각들까지 흩어지고 무너지면서 도미노 게임의 웅장한 스타일마저 체험할 수 있다.

이 게임에는 일종의 반전 장치도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 함정을 제거했고 하늘색 공까지 이동시키는데 성공하지만, 공의 변화를 주는 장치를 설정해두면서 마지막까지 안심하지 못 하게 만든다. 그중 일부는 ‘답정너’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식이라서 야유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극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하늘색 공을 높이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빨간색 폭탄들이 지뢰 형식으로 설치됐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아마 모든 게이머들이 리듬감 있게 빨간색 폭탄들을 클릭하면서 하늘색 공을 움직일 것이다. 물론 중간에는 낭떠러지들이 있기 때문에 하늘색 공을 살리려면 빨간색 공을 타이밍에 맞춰 터뜨려야 한다. 공의 운동 원리를 고려해서 너무 빨리 터뜨려도 안 된다. 하늘색 공이 45도 방향으로 날아가게 하려면 잠시 당구 큐대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클릭해야 한다.

<Zup!> 시리즈는 퍼즐 장르라는 매력 이외에도 스팀 프로필을 꾸며준다는 특징도 있다. 이미 전 세계 게이머들이 <Zup!> 시리즈의 도전 과제와 프로필 섭렵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획득하는 도전 과제들은 모두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꽤 도전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개인적으로도 최신작인 Z를 클리어하면서 번들 시리즈에 눈길이 갔다. 아니면 여타 게이머들처럼 <Zup!>의 첫 번째 시리즈부터 천천히 즐긴다면 어떨까? 가격도 1,000원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 또한 소소한 재밋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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