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피파21, 그래도 EA의 최고 프랜차이즈

  • 입력 2020.10.12 17:58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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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애호가뿐만 아니라 스포츠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스킨 변경에 불과해 보이겠지만, 피파 21(FIFA 21)은 여전히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EA의 프랜차이즈다. FIFA Ultimate Team, 이른바 FUT은 여전히 이 게임이 자랑하는 선두 주자이며, 본인이 가장 즐겨 플레이했던 Volta Football은 온라인 플레이어와 더불어 더 한 걸음씩 진척되었다.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비교적 인기가 높은 커리어 모드 역시 새로운 추가 사항과 함께 찾아왔다. 역동적인 축구 경기를 위한 미묘한 공격 변화도 있으며, 더 세밀한 볼 컨트롤 조정 또한 올해의 스포츠 게임이라는데 여전히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작년 9월에 출시했던 피파 20과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대신에 플레이어의 반응 능력이 개선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덕분에 개인기가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패스로 인한 즉각적인 공격이 게이머를 즐겁게 해 준다. 롱 패스는 여전히 상대의 허를 찌를 정도로 빠르게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마 피파 시리즈를 오랜만에 접하는 게이머라면 쇼트 패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빠른 롱 패스와 더불어 사이드풋 트래핑이 멋지게 구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볼 컨트롤, 엄밀히 따지면 ‘퍼스트 터치’가 아주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 게임의 방대한 컨트롤 연습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비드 실바처럼 재빠른 터닝 동작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볼을 넣는데 까다로운 절차는 없다. 튜토리얼을 천천히 즐기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플레이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본인처럼 <위닝 일레븐> 시리즈를 가볍게 즐긴 게이머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이 게임의 스킬 시스템은 꽤 체계적인 편이다.

먼저 이번에 추가된 Agile Dribbling(애자일 드리블링) 기능이 피파 21의 핵심 요소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스포츠 중계로 통해 본 것처럼 플레이어간의 격렬한 볼 컨트롤 대치를 볼 수 있으며, 적극적인 플레이어와 마주할수록 패드를 쥐는 손은 더 맹렬해질 것이다. 풋 워크에 따른 반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크든 작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플레이어를 조금씩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다. 비록 플레이를 모방하는 셈이지만, 이 게임은 치열한 일대일 상황에서 공간과 소유권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올리비에 지루처럼 ‘실딩(shielding)’ 기술을 능숙하게 펼치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수비수를 등지면서 볼을 지켜내는 건 어쩌면 현실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이머가 프런트 맨(간판 선수)을 육성하려면 필히 거쳐야 하는 학습 단계이다. 네이마르처럼 트릭 마스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려한 기교에 앞서 기본기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베르나르두 실바와 리오넬 메시 같은 경우는 애자일 드리블링에 특화되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수비수가 공격적일수록 움직임은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게이머는 머지않아 섬세한 드리블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이러한 성공이 일관된 그래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강력한 도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게이머가 익숙해지면 풀백에서부터 이어지는 공격 흐름이 자연스럽게 폭발할 것이다. 특히 패스와 슛 페인팅까지 곁들여지면 이보다 더 좋은 쾌감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오프 더 볼’ 플레이어 컨트롤은 이번 ‘Creative Runs’의 주요 기능이 되었다. 게이머의 지시에 따라 스프린트하는 AI는 이제 자유롭게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됐다. 한 명의 플레이어로 고정되는 아바타 플레이든 플레이어를 적재적소에 맞춰 컨트롤할 수 있는 팀 플레이든 공격적인 수비수를 다른 위치로 유인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매우 유용하다. 공격수만이 아니라 풀백 플레이어의 공간을 넓혀 주기도 한다. 삼각 패스 같은 경우는 직선으로만 이동했기 때문에 항상 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뛰어 들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한다. ‘Player Lock’은 또 다른 기능으로 패스를 한 선수를 일시적으로 고정시켜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이제 AI가 게이머에게 패스를 하도록 지시하기 전에 골대 앞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파 21의 수비 AI가 외면 받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공격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서 난이도 설정에 따른 체감 차이가 큰 편이다. 추가 기능이 대부분 공격 측면에서 창의력을 불어 넣었기 때문에 수비수들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터셉트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스탠딩 태클이 주를 이룬다.

물론 버질 반 다이크와 같은 선수를 통해 수비 라인을 튼튼히 해주고, 슛 블로킹까지 적절히 해주면 경기 진행에 도움이 된다. 폴 포그바와 같은 선수가 미드필드에서 패스를 가로챈 다음 탁월한 롱 패스를 해주는 것 역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충돌 시스템 덕분에 수비 라인에서 혼전이 일어나더라도 쉽게 실점할 일은 거의 없다. 수비수와 공격수가 뒤엉키고, 골키퍼가 넘어지더라도 이 와중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꽤 매끄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럭비공처럼 튕겨 나가는 일도 거의 없다. 쓰러진 플레이어를 뛰어넘거나 슛 블로킹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에 일대일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당신의 골대는 여전히 위험하다. 기술 격차가 큰 게이머를 온라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5골은 기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각이 좁은 지역에서 들어가는 슈팅이 늘어나고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다행히도 게이머 혼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다. FUT의 추가된 기능 중에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CO-OP이다. FUT는 작년 시리즈와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이지만, 이제 친구와 팀을 이루어 디비전 라이벌과 스쿼드 배틀을 통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피파 21의 특정 목표에 따른 보상은 친구와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게이머의 골대가 자동문이 되더라도 혼자 외로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밖에 추가된 점은 경기 중에 실행된 동작이 능력치에 바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EA에서는 ‘FUT 21 Meaningful Moments’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쉽게 설명해서 예전 시리즈처럼 아이템을 통해서만 능력치가 올라가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EA가 가장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커리어 모드는 ‘Interactive Match Sim’의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게이머는 프리 킥이나 페널티 킥 등 중요한 순간에 개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2D 도트가 빠른 속도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모드는 지난 20에서 데뷔한 Volta Football로, 이른바 ‘길거리 축구’로 요약할 수 있다. 3대3, 4대4 또는 5v5 경기를 진행하는데 그 규모가 얘기해주는 것처럼 속도전을 즐길 수 있는 모드다. 리우데 자네이루 빈민가를 완벽히 재현해 놓았으며 이러한 소규모의 경기장에서는 마치 핸드볼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사정없이 골을 폭발시킬 수 있다. 벽이 있는 경기장은 패스와 슈팅이 빗나가더라도 또 다른 기회를 엿볼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수가 늘어나거나 벽이 없어지면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Volta가 재밌는 이유는 대규모 경기장에서 벗어나 컨트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 드리블링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게이머는 먼저 아바타를 만들고, 팀원의 외모와 로고를 설정할 수 있다. 옷장 역시 광범위한데 아디다스같은 브랜드도 게임의 가치를 높여준다. 스포츠 게임에서는 드물게 스킬트리가 제공되는데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게임 운영을 이끌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카카와 지단, 앙리와 같은 전설의 슈퍼스타가 등장하는 ‘The Debut’ 스토리 모드다. 두바이 스트리트와 아이콘 챔피언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러 아마추어 팀과 경기를 하게 된다.

다만 난이도 설정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특히 Volta에서는 난이도가 일정 선을 넘어가면서 살인적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상대 AI가 코너 킥을 하거나 세트피스를 하게 되면 거의 90% 이상의 골 성공률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상 일정한 패턴으로 경기를 하게 된다. 이런 AI에 대항해 승리하려면 결국 정해진 패스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페인팅에 대한 약점을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이 게임의 개선점은 여전히 빈약해 보이지만, 피파라는 국제 단체를 토대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EA의 최고 프랜차이즈라는 점에는 부정할 수 없다. 마니아들에게는 그 이상의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다양한 클래식 모드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보상 체계도 활력을 준다. FUT와 커리어 모드, 볼타 모드 등 피파 21은 여전히 할 일이 가득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파리와 런던을 지나서 두바이로 날아가 흥미진진한 스토리 모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이 게임의 백미였다. 이제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로 업그레이드할 일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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