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가분수 귀여운 좀비의 습격, 헤븐 더스트 리뷰

  • 입력 2020.10.05 17:42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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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하면 바로 생각나는 게임은 단연 바이오하자드다. 바이오하자드는 벌써 정식 시리즈만 7편까지 나왔으며 리메이크작과 외전격인 게임까지 합치면 10개 넘는 게임 타이틀이 있는 전통의 게임 시리즈다. 사실상 좀비 게임의 포문을 연 게임일 뿐만 아니라, ‘좀비라는 괴물을 대중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시킨 게임이기도 하다.

좀비가 무서운 이유는 내 힘으로 이 끊임없이 살아나는 괴물을 쉽게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맨손으로는 싸우다가 감염되기 일쑤고, 총으로 죽이려 해도 한두발로 처리되지도 않는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추거나 일어날 수 없을 때까지 총을 쏴야 하는데, 이것들은 또 떼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총을 난사할 수도 없다. 이처럼 공포와 긴장을 유발하기에 최적의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좀비는 공포와 호러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거의 20년 넘게 이미지 소비가 계속되다 보니까 좀비가 식상해지기도 한다. 좀비 영화, 좀비 만화, 좀비 게임. 엄청나게 쏟아지는 좀비 매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좀비라는 소재가 신선할 때야 좀비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긴장이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또 좀비야?’ 하는 마음으로 무감각하게 좀비의 머리에 총질을 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졌다. 당장 필자만 해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해 왔지만 이제는 단순 액션 게임의 일환으로 플레이하지 공포를 느끼기 위해 플레이하지 않는다. (역대급으로 무섭다는 바이오하자드7편은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너무 무서워서 플레이 못했다. ㅜㅠ) 그래서 지금 출시되는 대부분의 좀비 게임들은 조금씩 그 포맷을 비틀거나 제약사항을 많이 둬서 플레이어에게 긴장을 유발하려 한다. 오늘 리뷰할 헤븐 더스트 역시 좀비에 방 탈출의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다.

헤븐 더스트는 1996년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1편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게임이다. 지난 227일 스팀에서 출시되었는데, 한글화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이에 지난 922. 스토브를 통해 완전 한글화가 이뤄진 게임이 재출시되었다. 방 탈출에 필요한 모든 문서가 유저들의 감수를 거쳐 번역되었기에 한결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굉장히 혜자스러운 4500원 정도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된 헤븐 더스트. 어떤 게임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바이오하자드에서 영감. 스토리도 비슷하다

좀비물의 스토리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너무나도 뻔하다는 거다. 어떤 좀비물이든 결국 주인공의 최종 목적은 탈출로 귀결되며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힌 길을 뚫고, 비밀을 풀어나가며 게임이 진행된다. 헤븐 더스트 역시 마찬가지. 주인공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어느 맨션에서 깨어나고, 이 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된다.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연구팀은 원시 부족 토르케의 혈액 샘플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했고, 이 바이러스에 불사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켰고, 수 많은 좀비를 양산, 연구센터는 파괴되고 만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이 바로 헤븐 더스트이며, 주인공은 좀비 투성이가 된 연구센터 한복판에서 살아나가는 것을 목표로 연구센터를 돌아다니게 된다.

전형적인 좀비 게임의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이걸 풀어나가는 방식이 꽤 신선하다. 게임 특성상 상황을 설명해주는 여타 NPC도 없고, 주인공이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곳곳에 존재하는 관리자와 연구원들의 일기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다. 물론 상세한 세부 설정, 이를 테면 주인공의 직업이라든가, 이 맨션에서 깨어난 이유, 등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애초에 캐쥬얼 어드벤처 게임을 지향한 게임인 만큼 상세한 설정이 없어도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좀비 게임이라기보다는 방탈출 게임

헤븐 더스트는 표지에 다수의 좀비를 보여주며 좀비 게임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진행방식만 놓고 보면 오히려 방탈출 게임에 가깝다. 좀비는 단순히 진행을 방해하는 작은 방해물 정도랄까. 필자 입장에서 진행을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었던 건 좀비가 아니라 오히려 퍼즐이었다. 스테이지가 나뉘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맵도 여러 개가 존재하는 게 아니지만 퍼즐로 막힌 구간이 있어서 자연스레 구획과 스테이지가 구별된다. 막힌 문 하나를 풀면 그 뒤로 새로운 구역이 시작되는 식이다.

퍼즐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일기를 통해 친절하게 퍼즐의 힌트를 제공해 주고 있기도 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곳은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는 커다란 느낌표가 떡하니 박혀 있다. 힌트도 많고, 작동할 수 있는 요소도 많아서 플레이어는 암호를 풀고, 주어진 조건들을 잘 조합하기만 하면 진행에 무리는 없다.

바이오하자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게임답게 곳곳에 바이오하자드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 회복약도 초록색 약초와 빨간 약초를 조합해 만드는 방식이고, 총과 탄약 역시 맵 곳곳에 산재해 있는 걸 주워서 활용하면 된다. 물론 차이도 있다. 좀비는 어디를 맞추든 상관없이 총 5방이면 죽게 되며 숄더뷰 방식이 아닌 쿼터뷰 방식에 카메라도 고정이라 세심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가방도 6칸이 최고라 많은 도구를 들고 다니기는 힘들다. 비밀번호를 풀거나, 특정 물건을 찾아내면 문이 열리는데, 이 과정이 어렵지 않아서 조금만 돌아다니면 쉽게 진행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쭉쭉 쉽게 진행이 되는 건 또 아니라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총을 얻고 나면 좀비를 죽일 수 있어서 게임의 난이도가 확 줄어드니, 퍼즐이 복잡하더라고 꼭 총을 먼저 얻길 추천한다.

호러물이 될 수 없는 가분수 좀비

이 게임이 좀비가 등장함에도 호러물이 될 수 없는 제일 큰 이유는 그래픽이다. 호러물은 공포를 유발하는 괴물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기괴하며 자세히 표현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계속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갈수록 발전하는 그래픽으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좀비의 형상이다. 이런 점에서 헤븐 더스트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 모든 캐릭터가 SD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좀비 역시 무섭다기보다는 귀엽게 다가온다. 피를 튀기는 장면도 케첩모냥 흩뿌려지고, 시체도 금방 사라져버린다. 이게 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지 모를 정도로 잔인하거나 기괴한 장면은 거의 없다.

조작은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합격점을 줄 정도로 좋지도 않다. 일례로 총 조작이 가장 거슬렸다. 이 게임에서 유일한 무기인 핸드건은 마우스 오른쪽 키로 조준을 하고, 왼쪽키로 발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한 번 조준을 하고 나면 캐릭터를 움직일 수가 없다는 거다. 무슨 이동포대라도 되는 양, 움직여서 조준, 발사, 움직여서 조준, 발사. 이렇게 총을 쏴야 하며, 그것도 아니면 아예 멀리서 자리 잡고 쏴야 한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훌륭한 BGM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좀비의 신음소리가 잘 어우러져 있지만 그렇다고 BGM이 기억에 남을만큼 탁월한 건 아니었다.

4시간이면 클리어 가능, 짧고 굵게?

헤븐 더스트는 인디게임으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볼륨이 크지 않다. 길게 잡아도 4시간 정도면 엔딩을 보는 게 가능하고, 빠르게 클리어한다면 3시간 이내에도 가능하다. 2시간 안에 엔딩을 보는 업적이 있을 정도로 플레이타임이 짧은 편이다. 불륨 자체가 적고, 모든 맵은 이어져 있어서 잔 로딩이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한 번 엔딩을 보고 나면 더 이상 플레이할 의미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토록 작은 볼륨으로 게임을 만들 거였으면 PC가 아니라 모바일로 출시했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PC보다 모바일이 어울린다. 시간을 죽이고 싶은 이들은 선택하시길

필자는 태생이 짠돌이 기질이 다분해서 대부분 게임의 가격에 대해 야박한 평을 하지만, 이 게임만은 5000원 남짓한 가격이 어울린다는 평을 내릴 수밖에 없다. 볼륨이 워낙에 작은데다가 가볍고 캐주얼한 그래픽, 시스템은 PC보다는 모바일이 훨씬 어울려 보인다. 모바일 게임으로 나왔다면 좋은 평을 내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은 무겁고 진중한 게임을 원하는 PC게이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은 듯 하다. 게임 자체는 무난하고 퍼즐도 푸는 맛이 있으니, 킬링타임용 게임을 원하는 이들은 선택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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