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과 '로얄'로 함께하는 '애니팡', 모바일 '애니팡 4' 리뷰

  • 입력 2020.07.04 13:0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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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2G 피쳐폰'이란 물건이 어떤 것인지, '푸쉬푸쉬'나 '봄 링크'라는 게임이 어땠는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세대가 있다. 모바일 게임은 당연히 '터치'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대들에게 '메뉴 키'와 '숫자 키'의 개념은 어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바일 게임에도 '손맛'이 있었다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다.

 

초기와 달리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모바일 게임은 PC나 콘솔 플랫폼에 비교했을 때 그 역사가 짧다. '옛날 게임' '고전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 스마트폰의 등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길어봐야 10년 내외가 된다. 20년 혹은 30년씩 시리즈를 이어오는 PC게임, 콘솔 게임과 비교하면 짧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작'이나 '근본'이라고 부를만한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보급과 함께 모바일게임판에도 훌륭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고, '양산형'과 '과금'으로 얼룩진 지금과 달리 '할만하네'라고 평가할 만한 게임들도 많았다. 

모바일 게임의 근본은 역시 '캐쥬얼 퍼즐 게임'이다. 특히 '클래식'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 명작 중에는 이 장르가 많다.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모바일 게임에서 동시 접속자 수 200만을 넘겼던 명작이 하나 있다. '스마트 폰'을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설치해봤을 그 게임. ‘애니팡’이다.

 

'새벽에 하트를 요청하는 것은 보내는 사람의 잘못인가? 아니면 알람을 끄지 않은 사람의 잘못인가?' '친하지 않은 지인이나 직장동료에게 하트를 요청해도 되는가?'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애니팡'이 3년 하고도 9개월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과연 지금까지 실패의 쓴맛을 본 적 없는 '애니팡' 시리즈가 이번에도 그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신작 '애니팡 4'에서는 어떤 점들이 추가됐는지, 클래식의 저력을 살펴볼까 한다.

'애니팡 4'에라고 해서 큰 변화는 없다. '애니팡 4'가 아니라 '애니팡 40'까지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도 아마 변화는 없을 것이다. '애니팡 4'는 '3 매치' 퍼즐 게임을 기본으로 한다. 같은 모양의 동물 블록 3개를 모으면 사라지고, 3개 이상을 합치면 다양한 '특수 블록'이 생성된다.

 

예전처럼 스테이지 진행방식은 같지만, 여기에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10개에서 20개 정도의 스테이지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는 해결해야 할 미션과 오브젝트들이 추가된다. '에피소드'는 연속되는 스토리 대신 최근 캐릭터들의 SNS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의 '에피소드'에는 주로 등장하는 오브젝트가 정해져 있고, 이를 활용한 미션이 추가된다. 어려운 방식은 아니다. 해결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기만 하면 막힘없이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팝콘 기계'나 '뮤직 박스'는 주위에서 블럭을 모아서 터트려야 한다. '뽁뽁이'와 '물감'은 해당 범위에서 블럭을 없애면서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다.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식이라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3개만 맞춰서는 스테이지를 쉽게 클리어할 수 없다. 특정 오브젝트는 '특수 블록'을 활용해야만 없앨 수 있다. '특수 블록'을 만드는 방법은 기존의 시리즈와 같다. 블록 4개를 일렬로 연결하면 십자가 모양으로 터지는 '별', 4개를 정사각형으로 모으면 직접 목표를 터트리는 '달'을 만들 수 있다. 5개의 블록을 모으면 주변을 터트리는 '해', 그리고 7개를 모으면 동일한 블럭을 모두 없애는 '미러볼'이 나온다.

 

'3매치'를 기본으로 하지만, '3매치' 만으로는 스테이지를 쉽게 클리어하기 어렵다. 최대한 '특수 블럭'을 만들고, 서로 다양하게 조합해야 한다. 뒤로 갈수록 '특수 블럭'만으로도 풀어내기 어려운 스테이지가 등장한다. 이때는 아이템을 활용하면 좀 더 쉽게 풀 수 있다. 세로의 블럭들을 모두 없애주는 '깜짝 상자'와 가로의 블럭을 없애주는 '불도저' 같은 아이템은 쉽게 구할 수 없지만, 어려운 스테이지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애니팡 4'에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불필요한 '시간'이나 '점수'의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제한된 턴 수 안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만 하면 별 3개를 받는다. 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괜히 특정 스테이지의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 오랫동안 붙잡을 필요가 없다. '캐쥬얼 퍼즐게임' 그리고 '애니팡'이 추구하는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번 '애니팡4'에서 새롭게 도입된 콘텐츠는 '로얄'이다. 비슷한 '캐쥬얼 퍼즐' 장르의 '뿌요뿌요'나 '테트리스'처럼 이제 '애니팡 4'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할 수 있다. '로얄'은 20명의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경쟁하며, 가장 오래 살아남는 1명이 우승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규칙은 그리 어렵지 않다. 20명의 플레이어는 60초를 가지고 시작하며, '특수 블록'을 만들 때마다 1초의 시간이 추가되고, 시간 게이지를 조금씩 쌓을 수 있다.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15초를 받을 수 있다. 생성된 '특수 블록'을 사용하면,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다. 공격은 플레이어가 직접 정할 수도 있고, 1등이나 꼴등을 자동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상자와 승급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일정 포인트를 모으면 다음 등급으로 승급한다. '로얄 부스트'를 사용하면 다양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로얄'을 플레이하면서 이 능력들이 밸런스에 영향을 준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과금의 요소가 크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다.

 

여유로운 '에피소드'와 달리 '로얄'은 60초 동안 빠르게 진행되는 공격과 방어를 느껴볼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면, 블럭 대신 '폭탄'이 생성되고, 이 폭탄을 제한 시간 내에 없애지 못하면, 많은 시간을 잃게 된다. 상대방을 공격하고, 또 다른 플레이어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특수 블럭'의 각을 보는 속도감과 긴장감이 '로얄'의 재미다. 

'애니팡 4'는 다른 게임의 길드나 클랜처럼 일정 수의 플레이어가 팀을 만들 수 있는 '팸' 시스템도 도입됐다. 처음엔 20명이 하나의 '팸'을 만들 수 있다. '애니팡'과 '카카오게임즈'의 악행으로 남았던 하트 주고받기는 이제 '팸' 활동으로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팸' 활동을 열심히 하면 '공헌도'를 모을 수 있고, 등급도 올릴 수 있다. 이 등급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인게임 아이템들도 늘어나고, 팸의 최대 인원도 확장할 수 있다. 이번 '애니팡 4'의 핵심이 '실시간 대전'인 만큼 '팸'에 속한 플레이어들과도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다.

'그냥 하던 대로만 해' 도 캐쥬얼 게임은평타 이상을 칠 수 있다. '쉽고, 가볍고, 빠르게한판' 이라는 규칙만 잘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이 장르에 세계관이나 스토리의 구조, 캐릭터의 개성 등을 원하는 게이머는 거의 없다. 원초적인 재미만 잘 간직하면, 얼마든지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장르다.

 

'애니팡' 역시 그래픽만 조금 다듬고, 동물들만 추가했어도 분명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의 품격'은, '명작'은 달랐다. '애니팡 4'는 그동안 이 시리즈가 보여준 핵심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시간 대전'이라는 새로움을 추가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실시간 대전'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아무리 4G, 5G의 최신 네트워크 기술이 있다고 해도, 굳이 문제가 될만한 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데이토즈'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오래된 게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캐쥬얼 퍼즐' 장르인 만큼 뭔가 기존의 게임과 다른 새로움이 있다거나 파격적인 재미는 없다. 하지만, 급조해서 만들어낸 실사 3D그래픽보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는 게 훨씬 낫고, 어지간한 중국산 양산형 RPG의 타격감보다 좋다. 빨간색 점이나 찾고, 자동 전투를 돌려놓고 구경만 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다. '애니팡 4'는 내가 직접 플레이하고 또 누군가와 겨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애니팡 4'를 하면서 '부모님 세대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뀌었다. '캐쥬얼 퍼즐'을 만만하게 봤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다. 그만큼 '고전'이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시리즈를 계속 성공시킬 수 있는 개발사의 저력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동전투와 과금 유도로 지긋지긋한 게이머들이라면 '애니팡 4'로 잠시 쉬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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