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를 물리치고 마왕을 구하라, PC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리뷰

  • 입력 2020.02.27 15:5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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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산 인디게임' 몇 편을 하면서 느낀 것은 '실력자들, 장인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점이다. 한국의 게이머들은 물론 어떤 게임 장르에서건 전 세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게임사와 개발자들의 역량도 수준급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인디 게임계와 달리 국내의 대규모 게임사는 게이머들에게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한국 게임'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모바일 플랫폼, 뽑기, 강화, 확률'등의 부정적인 단어와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국산 게임'하면 뭔가 모르게 부정적인 느낌과 거부감이 들고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어떤 기대감조차 안 생기는 것을 많은 게이머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어두운 모습을 밝히고, '한국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을 소규모의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하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게이머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스케일'이나 '볼륨', '그래픽' 적인 측면에서는 대기업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인 수치만 놓고 비교해봐도 인력이나 자본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모든 게이머가 신형 엔진으로 꾸민 화려한 그래픽이나 방대한 스토리, 예쁜 캐릭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확률에 의존한 콘텐츠를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 이런 쓸데없는 것들에 공들이기보다는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신선한 재미'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대기업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다.

 

인디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장르가 한정되고,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게임'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개발사와 개발자들의 열정에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게임이 재미있으면 게이머들은 찾게 된다. 이번 게임 역시 얼리엑세스 기간이지만, '재밌는 국산 인디게임' 으로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게임이다. 바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다.

 

'국산 로그라이크' 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들도 많고, 지금도 많은 게이머의 응원과 관심을 받으며 개발중인 게임도 있다. 이번 게임 역시 인디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도트'와 '로그라이크'를 선택했다. 어쩌면 너무 뻔한, 소위 '인디게임의 허세'만을 부리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이런 걱정을 부수고 '국산 로그라이크'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동안의 게임과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한 번 살펴보자.

대부분 '모험'이나 '던전'을 컨셉으로 잡은 게임이 그렇겠지만, 주인공은 한 마을의 이름 없는 용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로그라이크 장르에서는 '막대기 하나 달랑 쥐고 슬라임이나 잡던 용사가 결국에는 전설의 갑옷과 온갖 효과들로 강화된 무기를 장착하고 마왕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흔하게 쓰인다. 하지만,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는 이런 뻔한 스토리를 조금 비틀었다. 

 

이 게임의 배경은 인간과 마족의 대립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인간 용사가 마족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각지의 용사들이 모여 마족들을 몰아낸다. 인간들의 습격으로 마족이 모여있던 마왕성은 몰락하게 되고, 수많은 마족의 몬스터들이 인간 제국 '칼레온'의 포로로 붙잡혀 가게 된다. 일반적인 스토리라면 플레이어는 인간의 편에서 마족을 막거나 물리치는 역할을 하겠지만, 이번에는 정 반대다. 마족 동료들을 구출하기 위해 하급 몬스터 '스켈레톤'이 되어 플레이한다. 

 

지금까지 '마족'이라고 한다면 '악'의 편에서 항상 플레이어를 막고 괴롭히는 역할을 했다. 물론 '인간을 몰아내고, 마왕을 구출한다'의 스토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나름 독특하게 느껴진다. 로그라이크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기존의 어두컴컴한 던전, 슬라임, 좀비, 가고일 같은 몬스터를 상대해오던 용사의 모습이 아닌 하급 몬스터로 등장하는 '스켈레톤'의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점은 신선하다. 그나마 슬라임이 아니라 다행이다.

 

등장하는 '적'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보스들 역시 인간형 용사, 마법사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배경이나 오브젝트 역시 기괴하고, 음산한 던전,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살고 있는 마을, 잘 꾸며진 저택 등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반면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상점의 NPC들이나, 스테이지마다 구출하게 되는 '동료'들 역시 그동안 RPG에서 자주 보던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생각해온 나쁜 놈과 착한 놈을 굳이 나눠서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라는 게임의 타이틀답게 플레이어는 인간의 모습을 한 용사를 물리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스토리 배경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성장'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역시 '스컬'이다. 스컬은 스테이지 중간에 등장하는 해골 무덤에서 얻을 수 있다. 얻은 스컬에 따라 캐릭터가 변화하며, 이에 맞춰 공격 타입도 변화하고, 각종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근거리와 원거리 형태의 공격방식에 밸런스형, 스피드형, 파워형으로 나뉜다. 각각의 타입은 데미지의 증가와 감소, 이동속도, 대쉬, 비행 등의 독특한 버프와 디버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일반',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같은 등급도 존재한다. 각 스컬을 획득 하는 방법은 로그라이크 답게 '운'이다.

 

획득하는 스컬에 따라 캐릭터의 모습도 변화하는데 아마 게이머라면 익숙할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워리어' 스컬은 갓 오브 워의 '크레토스', '라이더' 스컬은 영화 '고스트라이더', '좀비'스컬은 '메탈 슬러그'의 감염된 좀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각종 게임의 캐릭터로 변신하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각 스컬은 고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타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크게 나누자면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이다. 스킬이펙트는 화려한 편이고, 패러디한 캐릭터들의 개성도 잘 살렸다. 세 가지 타입을 나눈 만큼 일반 공격과 스킬 사용 효과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파워형의 '미노타우르스'나 '버서커'의 경우 스피드가 떨어지지만 묵직한 평타의 맛과 바디슬램을 사용할 수 있고, 닌자나 사무라이의 경우 빠른 공격과 대쉬, 스킬사용으로 화려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가고일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비행 중에도 공격이 가능하다. 이처럼 각 스컬마다 스킬의 사용이나 전투방식이 다른 만큼 플레이어에게 맞는 스컬을 빨리 찾을 필요가 있다. 

 

스컬은 총 두 가지를 보유할 수 있고, 더 좋은 등급이나 자신에게 맞는 스컬이 등장하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 두 가지 스컬은 전투 중에도 변환할 수 있는데, 이때 역시 고유의 스킬이 발동한다. 즉, 게임에 익숙해지면, 스컬들을 교체하며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얼리엑세스 기간인 만큼 각 스컬마다 확실한 편차가 느껴졌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스테이지에서 획득하는 스컬의 등급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일반이나 레어 등급의 스컬로는 초반 진행에 한계가 느껴지지만, 유니크 스컬의 경우 게임이 훨씬 쉬워진다. 개인적으로 '다크 팔라딘'의 '다크 웨이브' 스킬은 사기라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추후 패치가 필요해 보인다.

로그라이크 답게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에서도 성장은 중요한 요소다. 게임을 한 회차 돌고 난 후 모은 '마석'을 통해 각종 특성을 레벨업 할 수 있다. 아직 얼리엑세스인 게임이라 초반의 진입장벽을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초반 마석 파밍'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개골, 뼈, 영혼의 첫 번째 줄의 특성들을 올려줘야만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초반 1시간 정도는 '보스를 잡겠다'보다는 '마석을 모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 '정수'는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정수는 캐릭터의 공격력, 치명타 확률, 스킬 공격력 증가 등 다양한 버프를 주고, 몇몇 정수는 무적상태, 적 제거, 비행 등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정수는 한 가지만 장착할 수 있고, 아이템은 총 여섯 가지를 보유할 수 있다. 물론 죽으면 모두 '인간의 경험치'가 되어버린다. 좋은 정수와 아이템들이 나왔을 때 최대한 활용하면서 최대한 진도를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특정 스컬 타입에 효율이 올라가는 아이템도 있는 만큼 스컬의 특성에 맞는 아이템을 잘 선택해야 한다.

 

아이템과 정수는 중간 보스전, 챕터의 보스전에서 얻을 수도 있고, 중간중간 방문하게 되는 상점에서 골드를 사용해 얻을 수도 있다. 조합을 하거나 분해하는 등의 강화 콘텐츠가 없는 만큼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얻으면 바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는 얼리엑세스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양한 캐릭터와 스킬, 아이템을 통해 다양함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한 점이 느껴진다. 분명 '국산 인디 게임'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야 할 요소들이 많이 느껴진다. 먼저 아이템의 다양한 활용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수치만 조금씩 변화하는 아이템은 수집하고, 조합하는 맛을 느낄 수 없다. 꼭 강화나 속성효과가 아니더라도 아이템 간의 시너지 효과 혹은 확실한 버프와 그에 맞는 페널티 요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로그라이크 특유의 '성장'하는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밸런스를 조정하고, 각종 성장 요소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유니크' 이상의 스컬만 얻게 된다면 게임의 난이도가 굉장히 쉬워지기 때문이다. 즉, 스컬마다 편차를 줄이고, 타입별 특성을 확실하게 살릴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은 '좋은 스컬만 먹으면 장땡'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빨'요소가 너무 강하다.

 

그래도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는 아쉬운 부분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얼리엑세스 동안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고,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분명 '국산 인디게임'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개발사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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