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레이드나 던전을 돌다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한번 구성된 파티에서 중간에 '탈주'한다는 것은 다른 파티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더 버티다가는 '인간 혐오'에 걸려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럴 때 탈출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인정되지만, 누구나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문장. 바로 '집에 불났어요' 다. 그런데 얼마 전 실제로 그것이 일어나 버렸다. 내가 사는 건
젊은 시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남미'의 이미지란 오직 축구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카를로스' '칠라베르트' '레코바' 이런 축구선수들과 그들이 보여준 '삼바축구' 가 내가 아는 남아메키라 대륙의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남미' 하면 축구보다 '마약'이 먼저 떠오른다. 아보카도나 담배도 있겠지만, '카르텔과 마약'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내 기억 속 '흥
'이퀄리브리엄'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인 영화다. 미래의 인류는 '감정'이 전쟁을 유발하고, 폭력의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개인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시킨다. 하지만, 이 약을 거부하며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활동을 비밀리에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페이퍼스 플리즈' 동유럽 공산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국가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다. 가상의 국가 '아스토츠카'의 '노동 복권'에 당첨된 주인공은 국경지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잠입 액션'. 은밀하게 움직이고, 특정 타겟 암살을 주로 다루는 이 장르의 과정은 대충 이렇다. '이번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 딱 목적만 달성하고 나와야지. 아니 이거는 걸릴 수밖에 없네. 얘만 죽이고 빠져나가야지. 얘는 또 어디서 뛰어오는 거야. 그래, 어차피 목격자만 없다면 그것이 암살이지. 너도 일로와' '잠입 액션' 장르를 즐기는 반응은 극과 극이다. 나처럼 '걸렸어? 그러면 없애야지'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마
'이이제이'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는 뜻이다. 주인공이 적의 능력을 훔치거나, 스킬을 사용해 적을 조종하는 장면은 게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악랄한 패턴이네' '아니 뭔 딜레이도 없어' '이걸 어떻게 막으라고' 평소에는 짜증을 불러온 적들의 기술을 직접 써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걸로는 부족한 게이머들을 위해 '직접 적에게 빙의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게임도 있다. 플레이어가 직접 오랑캐가 되는 셈이다. 오래전 오락실의 '섀도우 포스'
'10주년 기념!' '20주년 특별 기획!'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게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건드려본 게임이 워낙 많다 보니, 어지간한 게임은 '이야 이 시리즈 아직도 나오네. 벌써 20주년이야?'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게도 취향이 있다 보니, 모든 게임을 이렇게 축하와 반가움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 간혹 '이건 뭐 하는 게임이지? 하는 사람이 많나?' 생소한 시리즈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거 재밌나?
'시간여행'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증명되어도, 인류는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아쉽게도 아직은 현재에 갇혀 있다. 어쩌면 '시간여행'이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다루는 소재인 채로 인류의 역사가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기에 후회와 추억이 남고, 미래로 앞당길 수 없기에 예측을 하고 희망을 꿈꾼다. '시간'을 다루는 게임은 이런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타임루프'다.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 처럼 도시를 건설하고 꾸미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할 때마다 극복하기 힘든 점이 하나 있다. 일단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까는 것까지는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예쁜 도시를 내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온갖 문제들이 발생한다. 나는 그냥 '예쁘고 멋진 도시'만 만들고 싶을 뿐인데 게임은 게이머를 그렇게 편하게 놔두질 않는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은 '타이쿤' 장르의 게임에서는 더 그렇다. '이번에 꾸민
내가 아는 '마블'이란,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전부다. '마블'의 히어로를 코믹스부터 접해온 팬들에겐 그저 '뉴비'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까지의 스토리가 내가 아는 '마블'의 전부다. 게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코로나 19'의 유행이 번지다 보니 영화관을 찾을 일이 없었다. 열성 팬들과 달리 '개봉하면 그냥 보게 되는 액션
트레일러 영상과 인게임이 전혀 다른 게임이 가끔 있다. 하도 속아서 이제는 이런 낚시에 잘 걸리지 않지만, 게이머란 재밌어 보이는 게임 영상에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또 속는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다 착한 사람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그라임'이 그렇다. 심오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는 배경에, 블랙홀의 머리를 한 주인공이 추락한다. '와 분위기 장난 아니네'의 생각이 들게 하는 트레일러. 이미 머리속에는 독특한 방식의 전투에 공포스러운 분위기, 징그러운 몬스터가 나올 것 같은 장면들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후,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배그'의 최근 인기는 정점에 있었을 때 보다 그 열기가 한풀 꺾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배그'는 '배그'다. 배틀로얄을 이야기할 때 '배그가 원조다! 배그가 최고다!' 라고 할 순 없지만, 이 장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된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게이머의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 덕분에 많은 개발사가 지금도 '또 다른 배그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한다' 예전에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특히 지금의 국내 MMORPG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2021년의 MMORPG는 자동으로 길을 찾아주고, 자동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며, 심지어 전투까지 모두 자동으로 진행한다. 그저 클릭 혹은 터치만 몇 번으로 '감상'만 해도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한다. 이런 변화와 트렌드를 반기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그게 무슨 게임이냐' 며 심기가 불편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직접 해야 맛
'아니 도대체 앞에서 뭘 하길래 이렇게 차가 막히지?' 명절의 고속도로, 주말 강남의 도로 위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생각이다. 도로 정체뿐만이 아니다. 초행길에 들어설 때면 '여기는 도로를 왜 이렇게 만들어놨지?'라는 의문이 드는 장소도 있다. '나와서 직접 운전을 안 해보고 대충 깔았나?' 도로 위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이런 '도대체 고속도로는 왜 막히나요?' '알 수 없는 도
관심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소식을 알게 되는 게임이 있다. '이거 신작 또 나왔나 보네?' 하는 게임. 학교나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어디 소속의 누구인지는 아는 정도. 그렇지만 또 인사는 하지 않는 정도의 게임. 게이머라면 이런 게임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게임, 메타스코어 80 이상의 게임을 해볼 수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굳이 인기와는 상관없이 취향의 문제다. 특히나 하나의 장르만 파는 '장인형'의 게이머에게 취향은
'디볼버 디지털'이 배급하는 게임들은 기존과는 다른 독특함과 신선함이 담겨있다. 물론 그 새로움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개발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디볼버'가 가져온 게임을 좋아한다. 특히 'E3'에서 보여주는 그들만의 '진짜 광기'가 마음에 든다. 여기에 게임판을 꼬집는 방식은 거대 개발사나 '인싸'들의 기분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아싸' 게이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개발사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모바일 게임 특히 'MMORPG'를 접할 때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기 마련이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망을 한다. '역시나 했더니 혹시나'는 인류의 보편적인,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기대가 계속 실망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있다. '모바일 MMORPG'에는 '알면서 또 속는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솔직히 이제는 어떤 게임인지 해보지 않아도 안다. 그
출퇴근길. 바다에 둥둥 뜬 플라스틱 조각처럼 인파에 휩쓸릴 때면, '통조림'이 떠오른다. 현실이 될 일 없는 망상이지만, '객차 안에 갇힌 채로, 지구가 멸망해버리면 어떡하지?' '먼 훗날, 지구를 침략한 거대 외계인들이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다면 나는 무슨 맛일까?' 이런 생각을 한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최후의 전쟁을 앞둔 인류. 마지막 무기 핵폭탄을 사용해 침략자들을 겨우 물리치지만, 지구는 결국 방사능에 오염된다. 피폭된 돌연변이와 괴물은 외계인의 자리를 대신하며 인간을 위협하고, 생존
'키덜트'를 대표하는 물건이자, 몇몇 어른의 한풀이 대상이 되는 이름 '레고'. 어릴 적 '사자성'이나 '해적선' 같은 레고를 만져본 기억이 있는 어른이라면, 이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나도 그 누구보다 '레고'를 좋아했지만, 쉽게 가지고 놀 수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게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가끔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서 '레고'를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멈춰서 구경을 하게 된다. '레고'는 지금의 게임에 비유하자면, 최
'중국산 모바일 게임' 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특히 '미소녀'에 로봇이나 총기, 군함, 전투기를 섞은 게임. 내겐 어디까지나 '타인의 취향'일 뿐이다. 스토리, 일러스트, 캐릭터의 대사 이런 전반적인 콘텐츠는 둘째치고, 일단 게임의 주된 진행이 '감상'이라는 것에서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모바일 플랫폼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양보하더라도, 내가 추구하는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매섭게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모바일
'동~그란 지구가 네모가 됐다고! 디지복셀 지구방위군 EARTH DEFENSE FORCE WORLD BROTHERS'는 놀랍게도 실제 게임 타이틀이다. 굉장히 긴 이름에 그럴듯한 영어 단어들의 조합. 어딘가 '요절복통' '싱글벙글' '우당탕 쿠당탕' '대소동' 같은 단어들이 들어가 있을 법하지만,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디지복셀'과 '지구방위군'이다. 시리즈를 처음 보거나, 얼핏 이름만 잠깐 들어본 게이머는 뭐 하는 게임인지